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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도 함부로 못사먹을 판…” 집밥도 외식도 두려운 밥상물가, 이제 시작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 “외식비가 너무 올라서 퇴근 후 배달보다는 집밥을 해먹고 있는데, 채소랑 닭고기, 과일을 샀을 뿐인데 10만원이 나오더라고요. 배달 치킨도 값이 올라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치킨 한마리를 사먹는 게 더 싸겠어요. ” (40대 주부 A씨)

# “딸기가 500g에 만원이 넘으니 들었다놨다 몇번을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귤도 800g에 1만4000원이더라고요. 과일 대신 비타민C 영양제를 먹어야 하나봐요.”(30대 회사원 B씨)

사과값이 1년 새 71%가 오르고, 파 가격이 50% 넘게 치솟는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과일·채소값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사과가 비싸지자 귤값이 더 크게 오르는 등 연쇄적으로 과일값이 뛰고 있고, 파(50.1%), 배추(21%), 시금치(33.9%), 가지(27.7%) 등 채소값도 두자리 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승률이 아직 가공식품이나 외식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먹거리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14일 국가통계포털(KOSIS)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4% 상승했다. 채소(12.2%)와 과실(40.6%)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특히 사과는 봄철 저온 피해로 착과수가 줄었던 데다가 여름철 집중 호우, 수확기 탄저병 발생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생산량이 30% 급감해 값이 올랐다. 겨울철 수요가 늘어나는 귤(78.1%)도 급등하고 배(61.1%)와 딸기(23.3%) 등도 큰 폭 올랐다.

채소류도 비상이다. 채소류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12.2% 올랐다. 지난해 3월(13.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채류 가격 상승에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달 20.0% 올랐다. 3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 폭이다.

명동거리의 식당가 모습 [연합]

문제는 앞으로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 직접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실제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 ‘갭(차이)’가 10.0%포인트 가량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과의 차이도 약 7%포인트 난다.

가공식품과 외식의 원자재 격인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했지만, 아직 두 품목의 물가 오름세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셈이다.

2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로 1.9%에 불과하다.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이내로 2021년 7월(1.8%) 이후 처음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간신히 잡은 안정 흐름이 깨질 가능성이 생겼다.

비용압력이 생기면 적극 가격을 조정해 소비자에 전가하는 최근 기업 행태도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한국은행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가격조정 빈도는 2018∼2021년 월평균 11.0%에서 2022∼2023년 15.6%로 상승했다.

평균 상품가격 유지 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 1.3회 정도 가격을 올렸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한해 약 두 번 올렸다.

외식물가도 오름세가 유지될 공산이 커졌다. 지난 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를 기록했다. 2021년 10월(3.4%)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3.1%)보다 0.7%포인트 높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햄버거가 8.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밥(6.4%), 냉면(6.2%), 도시락(6.2%), 비빔밥(6.1%), 오리고기(외식)(6.0%), 떡볶이(5.7%), 치킨(5.4%) 등 순이었다. 가격이 내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품목은 없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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