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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몬테네그로 법원이 7일(현지시간) 기존 판결을 뒤집고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하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외신들도 이를 '반전' 등 표현을 쓰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판결은 최소 400억달러(약 53조원)의 투자자 자산을 소멸시키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큰 손해를 끼친 테라USD 붕괴 사건의 법정 이야기에서 최신의 반전"이라고 보도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화폐 재벌 권도형을 한국으로 인도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앞서 미국으로 보내기로 한 결정을 뒤집은 반전"이라고 했다.
WSJ은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는지가 쟁점이었다고 분석했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밝힌 문서에 따르면 주 몬테네그로 미국 대사관은 지난해 3월25일 권 씨의 신병 인도를 요청하는 서한을 쓰고 이틀 뒤(27일) 현지 정부에 이를 공식 제출했고, 한국 외교관들은 3월27일 비슷한 서한을 작성해 다음 날(28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 씨 측 항소 주장을 받아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는 판단을 내려 고등법원에 재심리를 명령한 바 있다.
AP통신은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화폐 '거물'(mogul)인 권 씨를 한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다며 "테라폼랩스 설립자가 지난해 발칸 국가(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뒤 이어진 수개월간의 법적 절차에서 최신의 반전"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한국 국적자인 권도형이 미국 송환을 승인한 같은 법원의 결정을 성공적으로 뒤집었다"며 "권도형은 위조 여권 소지 혐의에 대한 4개월의 징역형 복역이 끝나면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
뉴욕 연방 검찰은 지난해 3월 권 씨를 형사 기소하고 몬테네그로 당국에 그의 인도를 요청해왔다. 그가 받는 범죄 혐의는 증권 사기 2건, 상품 사기 2건,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2건,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등 8가지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최소 400억달러 규모의 증권 사기를 저질렀다며 소송을 걸어 민사 재판도 뉴욕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권 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그간 한국의 인도 요청 시점이 미국의 요청 시점보다 앞섰고, 권 씨의 국적이 한국인 점을 근거로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과 국제 조약들을 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권 씨 측이 한국행을 강력하게 요구한 건 경제사범에 대한 양국의 양형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피해자들은 권 씨가 미국으로 인도되길 희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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