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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남녀 사이에만 로맨스가 있나. 인생 자체가 로맨스”[인터뷰]
10년 극작가서 영화 연출로 길 바꿔
실제 성장 경험과 자전적 이야기 반영
사소한 관계도 인연 더해지면 깊어져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첫 영화라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무게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영화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이상하게 도움이 되네요.”

셀린 송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주는 무게감에 대해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오는 6일 개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래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후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특히 이달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각본상의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인 감독이 데뷔작으로 글로벌 영화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CJ ENM 제공]

10년 이상 극작가로 활동하던 송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영화계로 길을 돌연 바꿨다. 작품에서 두 남녀의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는데, 연극보다는 영화가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해성과 나영에게 서울과 뉴욕이 얼마나 다른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아울러 영화는 우리 (마음) 안에 있는 12살과 12살이 아닌 (현재) 나와의 모순이 공존하는 이야기에요. 이를 표현하려면 영화가 더 맞다고 생각했죠.”

[CJ ENM 제공]

영화는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뉴욕으로 건너간 나영의 설정은 송 감독의 실제 성장 경험과 동일하다. 영화 후반부에서 나영의 부부가 해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송 감독의 실제 경험이다. 송 감독은 어린 시절의 한국 친구가 뉴욕에 놀러와 자신의 미국인 남편과 함께 바에 갔던 경험을 녹였다.

“친구와 남편이 저에 대해서 궁금해 했어요. 두 사람 사이에서 통역해주다 보니 제가 두 명의 언어, 문화 뿐만 아니라, 제 역사와 정체성까지 해석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제 자신을 해석한다는 느낌이 굉장히 특별했죠.”

[CJ ENM 제공]

영화는 ‘인연’이란 소재를 중심에 둔다. 인연이 단순히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전생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동양적인 개념으로 다룬다. 송 감독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인연’이라는 개념이 외국에선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인연이라는 말은 작은 관계에도 깊이를 준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단어는 굉장히 파워풀한 단어죠. 한국 분들은 당연히 인연이 뭔지 알지만 외국 분들은 인연이 뭔지 몰라요.”

영화는 인연에 대한 이야기기지만 정작 제목은 전생을 뜻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다. 송 감독이 영화 제목을 이같이 지은 것은 ‘인연’의 연장선 개념이라고 했다.

“이번 생에도 ‘패스트 라이브즈’가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민을 간 인생에도 전생이 있고, 우리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인간이 다중우주나 판타지의 캐릭터는 아니지만 특별한 인연이나 신기한 상황들이 보통 사람의 인생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CJ ENM 제공]

다만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가 로맨스 영화로만 보는 시각에 대해선 더 넓은 관점을 제시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로맨스라 얘기하지만 사실 인생 안의 로맨스가 더 주된 내용이에요. 우리 인생 자체가 로맨틱한 것이 메인이라고 생각해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송 감독은 이제 막 첫 발을 뗀 신인 감독이다.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영화 일을 평생하고 싶다”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 제작이 제겐 운명처럼 느꼈어요. 하루 하루가 매일 신나고 재밌고 행복했죠. 영화를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데, 저도 영화를 만들면서 연출가로서 저를 이해하게 됐어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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