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인아츠프로덕션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5)의 내한 공연에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이 4일 이렇게 밝혔다.
주한우크라이나대사관은 다음달 내한을 앞둔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과 문화 교류의 포용성을 존중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권 및 그 문화계 인사들과의 문화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자하로바는 다음 달 17일과 19∼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모댄스’에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과 함께 출연한다. 더블빌(두 편의 단막 발레 공연) 형식의 이번 공연에서 자하로바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가브리엘 샤넬’ 무대에 오른다. 2019년 6월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명품 브랜드 샤넬과 발레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하로바는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여겨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번이나 수상한 세계 최정상 무용수다.
자하로바는 우크라이나 태생이나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의 일원으로 연방의원을 지낸 최측근 인사다. 러시아 국가예술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 극장 총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른바 ‘친 푸틴’ 예술가들은 세계 무대에서 대부분 설 자리를 잃었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자리에서 해고됐다. 다만 그는 푸틴의 충실한 지지자로 활약하며 마린스키 극장, 볼쇼이 극장 총감독 자리에 오르며 러시아 예술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도 유럽과 미국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으나, 이후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내면서 일단 유럽 무대에 복귀했다. 자하로바도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의 무대에만 섰다.
공연기획사 인아츠프로덕션 측은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전에 기획됐으나 팬데믹으로 연기되며 올해 한국 공연이 성사됐다는 입장이다. 자하로바 역시 2019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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