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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년 만에 만난 첫사랑 그들…애틋하고 먹먹한 두 남녀의 결말은
美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패스트 라이브즈’
누구나 공감할 애틋한 첫사랑 기억 소환
‘인연’이란 한국적인 개념·정서 가져와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와, 너다!”, “아, 어떡하지?”

두 남녀가 뉴욕 한복판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한다. 초등학교 때 서로 좋아했던 감정을 뒤로 한 채 헤어진 지 24년 만이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포옹하는 두 남녀. 과거의 애틋함과 아련함이 스며들지만, 티를 낼 순 없다. 여성은 이미 결혼한 상태. 12년 전 온라인으로 장거리 ‘썸’을 탔던 기억도 이젠 부질 없는 과거가 됐다. 둘 사이에 간간히 생기는 침묵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대신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래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송능한 감독의 딸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던 이 작품은 이후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쓸고 있다. 지금까지 달성한 수상 기록만 75관왕. 후보로 이름을 올린 횟수도 210번에 달한다. 특히나 다음 달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각본상의 후보에 이름을 올려 논 상태다.

[CJ ENM 제공]
[CJ ENM 제공]

영화는 ‘인연’이란 소재가 중심이 된다. 인연이 단순히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전생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동양적인 개념으로 다룬다. 나영은 극 중에서 미국인 남편에게 ‘인연’의 개념에 대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부부 인연은 전생에 무려 8000번을 만나야 가능한 인연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개념이지만 외국인들에겐 생소하고 신비하게 들릴 수 있다. 영화는 인연이란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그대로 사용한다.

[CJ ENM 제공]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 구조를 가득 채우는 것은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함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어린 시절의 첫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곤 하다.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건드린다. 시공간의 제약으로 이어가지 못했던 인연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도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송 감독은 “나영과 해성의 관계가 딱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어서 인연이란 단어를 넣게 됐다”며 “‘인연’이 한국어이긴 하지만 인연과 같은 감정의 느낌은 전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그 단어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영화는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간 송 감독은 이후 뉴욕에서 시나리오 극작가로 활동했다. 이는 극 중 나영과 성장 배경이 동일하다. 영화 후반부 바에서 해성이 나영의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송 감독의 실제 경험담에서 나왔다.

송 감독은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와 제 남편이 함께 뉴욕의 바에서 술을 마실 때 두 사람 사이에서 통역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내 정체성과 삶의 역사를 해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제나 개인적인 곳에서 시작한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며 “내가 쓴 글이나 작품이 의미가 있으려면 나만이 깊게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J ENM 제공]

이번 작품으로 최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유태오는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사랑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대사보다는 표정과 눈빛으로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유태오는 “운명적으로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해성의 상황이 15년 간 무명 배우로 살며 뭔가를 바꾸지 못하는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인생을 바꾼 작품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월 6일 개봉. 106분. 12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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