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신중 검토 vs 美 몰도바 지지…러군 1500명 주둔
28일(현지시간) 몰도바로부터 분리독립한 미승인국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입법부 의원들이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몰도바 내 분리독립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몰도바 정부의 탄압을 주장하며 러시아에 보호를 요청했다. 몰도바 정부는 선전 행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관련 요청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네스트로비예)는 티라스폴에서 28일(현지시간) 특별 회의를 열고 러시아 의회에 도움을 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정부가 최근 수입 관세를 징수하고 수입품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며 러시아 의회에 보호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러시아 시민 22만명 이상이 영구 거주하고 러시아가 이 지역 드네스트르강에서 평화유지 활동을 한 적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러시아에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또 유엔, 독립국가연합, 유럽의회 등 국제기구에도 몰도바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따라 길쭉하게 형성된 지역으로, 옛 소련이 붕괴한 이후 친러시아 세력의 통제를 받지만, 국제적으로는 몰도바의 일부로 인정된다.
이들은 몰도바가 올해 초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수출되는 상품에 관세를 도입하고, 몰도바 정부가 통제하는 구간을 통해서만 운송하도록 제한해 사회적·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정부의 세르게이 오볼로닉 경제부 장관은 이 조치로 트란스니스트리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러시아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며 “모든 요청은 담당 부서에서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바니아를 방문 중인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가 결의안을 채택하기 전 몰도바 정부 대변인 다니엘 보다는 이번 회의가 “선전 활동”이라며 “외국 기자들의 관심을 받거나 뉴스 제목을 장식할 가치가 없는 함정”이라고 비판했다.
바딤 크라스노셀스키 트란스니스트리아 수장과 이 지역 의원, 관리들이 모두 참여한 특별 회의가 열린 것은 역대 7번째일 정도로 드문 일이라고 AFP 통신은 설명했다.
최근 이 회의가 열린 것은 2006년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분리 독립해 러시아와 통합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하기로 했고 실제 투표 결과 97%가 러시아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이후 서방 국가들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2006년 당시와 비슷한 움직임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특히 몰도바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방향으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날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회의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몰도바 언론에서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러시아 일부로 인정해달라’는 호소가 채택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무료로 가스를 공급하고 약 1500명의 군인을 주둔시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가 이 지역을 공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