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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뱃속 아이 때문에 수술 미뤘는데” 5명 살리고 떠난 ‘자랑스러운 엄마’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둘째를 임신 중이어서, 고민 끝에 수술을 미뤘어요.”

청천벽력 같은 모야모야병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뱃속의 아이를 위해 고민 끝에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출산 후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엄마는 장기기증을 통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둘째를 위해, 그리고 5명의 생명을 위해 삶을 바친 이하진(42) 씨. 남은 가족들은 그녀를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영상 캡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지난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점점 증상이 악화됐고 수술을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이씨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긴 고민 끝에 이씨는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둘째가 첫돌을 지난 후 작년 12월에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하고 퇴원했지만, 독감을 심하게 앓았고, 이후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으로 응급수술을 했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은 “이씨가 생전에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신장(좌, 우),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다.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함께 자라며 양보하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남긴 영상에서 남편은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말했다.

10살인 아들도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영상 편지를 남겼다.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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