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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 잡으려고 똘똘 뭉치는 미국…이러다 1등 자리 내줄 수도? [비즈360]
월마트, 미국 TV 브랜드 비지오 인수
한때 삼성·LG 제치고 북미 LCD 1위
현재 북미 6위…광고 플랫폼 성장 가속
‘가성비’ 中에 미국까지 가세, 경쟁 치열
미국 ‘유통 공룡’ 월마트의 품에 안기게 된 비지오 TV. [유튜브 ‘VIZIO’]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미국 현지 브랜드까지 추격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미국의 유통 공룡과 현지 TV 브랜드가 합치면서 미국의 1, 2위 브랜드인 삼성과 LG를 정조준했다. TV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업체 간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 대형 유통회사 월마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후 현지 스마트TV 업체 ‘비지오(VIZIO)’를 23억 달러(약 3조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유통 공룡’ 월마트의 품에 안기게 된 비지오의 주가는 이날 17% 급등했다.

월마트 역시 자체 TV브랜드인 ‘ONN’이라는 이름으로 저렴한 TV를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월마트가 비지오 인수를 발판으로 삼성을 제치고 미국 내 최대 TV 브랜드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다.

2023년 북미 TV 시장 점유율 분포. 그래픽=김현일 기자

비지오는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북미 TV 시장에선 6위권으로 평가되는 중견업체다. 대만계 미국인 윌리엄 왕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웠다. 삼성·LG를 비롯해 중국 TCL, 일본 소니 등 외국 기업이 점령한 미국 TV 시장에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미국 토종 브랜드다.

비지오는 설립 5년 만인 지난 2007년 북미 LCD TV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삼성과 LG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며 본격 이름을 알렸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대만에 있는 업체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며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금액을 기준으로 매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상위권 업체들과의 격차가 커 삼성과 LG에 당장 위협적인 존재가 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달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2024 유럽 테크세미나’에서 2024년형 삼성 타이젠 OS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미국과 캐나다를 아우르는 북미 시장에서 비지오의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6.3%로 집계돼 6위에 올랐다. 삼성이 36.3%로 큰 격차를 유지하며 1위를 기록했고, LG도 18.9%로 2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를 TCL(9.0%), 소니(7.9%), 하이센스(7.4%)가 이었다.

비지오는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시장에서 삼성, LG에 이어 3위(10.1%)를 달렸을 만큼 인기가 있었지만 이후 중국 TCL과 하이센스에 추월당하며 뒤로 밀려난 상태다.

월마트가 이런 비지오를 3조원에 사들인 이유는 비지오가 영위하는 광고 플랫폼 사업 때문이다. 비지오의 사업은 TV를 판매하는 ‘디바이스’ 부문과 ‘플랫폼’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 자사 스마트 TV 운영체제인 ‘스마트캐스트’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캐스트에 가입한 사용자는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데 비지오는 이를 기반으로 광고 사업을 빠르게 키웠다. 비지오는 스마트캐스트에 가입한 계정이 1800만개 이상, 광고주는 500곳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LG전자가 올 1월 CES 2024에서 LG 올레드 디스플레이 140여대를 이어 붙여 만든 터널 구조의 체험 공간. 관람객들이 LG전자 스마트 TV 플랫폼 ‘webOS’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체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월마트는 비지오 인수를 계기로 광고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비지오 역시 월마트와 손잡고 성장을 기대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삼성과 LG가 주도하는 TV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과 LG는 이미 가성비 제품을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게 조금씩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삼성 TV의 점유율은 2019년 41.6%에서 지난해 36.3%로 줄었다. LG도 같은 기간 18.3%에서 18.9%로 정체된 모습이다. 반면 TCL은 8.1%에서 9.0%로, 하이센스는 3.5%에서 7.4%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지오까지 경쟁에 가세하면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삼성TV플러스’, ‘LG 채널’이란 이름으로 비지오의 스마트캐스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TV 사업의 새 수익원을 육성 중이다.

삼성전자는 ‘삼성TV플러스’ 사용자가 보다 많은 콘텐츠를 더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 파트너십을 확대해 VOD 서비스를 업계 최다 수준으로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이번 CES 2024에서 스마트TV 운영체제 웹OS(webOS) 사업의 올해 매출을 조 단위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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