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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는 K-원전 안티냐” 尹의 ‘집념’에도…이러다 2030년 중단 위기? [비즈360]
현재 ‘임시저장’ 수조방식도 2030년부터 포화
사용 후 핵연료 관리시설 설치 근거 마련 시급
처분장 건설에 최장 37년…중간저장시설도 7년
특별법, 상임위 문턱도 못넘어…29일 마지노선
신한울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한수원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원전 생태계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작 원전 관련 업계의 표정은 밝지 만은 않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면서 최악의 경우 오는 2030년부터는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방안을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계류돼 있으나 국회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달 29일 본회의가 사실상 법안통과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만큼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국회 및 원전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고준위 특별법 관련 법안이 3건 계류돼있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021년 9월 1건(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2022년 8월 2건(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각각 발의됐으며, 그간 10여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폐물)의 처분·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제)’를 만들어 관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 지역 지원 등을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여야 모두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세부적으로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관리시설 목표시점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왔으나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는 전용 처분장은 없는 상태다. 현재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 저장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열린 열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관건은 시간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3, 4월은 임시국회가 열리기 어려워 사실상 이번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에도 정부입법을 포함해 모두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실 당장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관리시설 건축 자체는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영구처분시설 부지선정(13년), 지하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연구(14년), 영구처분시설 건설(10년) 등을 합해 관리시설 건설에 최장 37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당장 필요한 중간 저장시설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구축하는데도 최소 7년이 걸린다.

원전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은 지역 주민 반발이 심한데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특별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 사실 지금도 늦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25기에서 이미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1만8000여t에 이르고, 향후 32기에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가 4만4000여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건설이 기약 없이 지연되고,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신베이시 완리에 위치한 궈성 원전 1호기와 2호기가 각각 2016년 11월, 2017년 5월에 사용후핵연료 저장 용량을 확보하지 못해 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사례가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앞줄 왼쪽 세번째)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준위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특별법 제정 촉구문 낭독과 구호를 제창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국회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고준위 특별법과 관련해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 모두 관련 법안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라며 “기술적인 문제로 합의가 안 되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역시 23일 국회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을 비롯해 원전 관련 업계와 학계, 유관기관, 원전 소재 지역민 등 600여명이 몰렸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원전산업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으나, 고준위 특별법 지연으로 원전 생태계 복원 및 원전 수출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분류체계)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에 관한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경남도청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3조3000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과 1조원 규모의 특별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5년간 원전 연구개발(R&D)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종합청사를 방문해 “원전 상위 10개국 중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인도뿐”이라며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건설은) 탈원전·친원전과 무관하게 현세대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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