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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놓고 ‘똘똘’ 뭉친 미국, ‘윈윈’ 맞손 일본·대만…K-반도체만 ‘외톨이’ [비즈360]
반도체 부활 선언 미국, 노골적 인텔 ‘밀어주기’
인텔·빅테크 기업 ‘원팀’으로 뭉쳐
대만-일본, TSMC 공장으로 파트너십 신호탄
자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취약한 K-반도체
“네트워킹 활용해 빅테크 사로잡는 것만이 대안”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반도체만 ‘외톨이’가 될 처지에 처했다.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밀어주기’에 나선 미국과 끈끈한 파트너십 구축에 나서는 ‘일본-대만’ 협공 속에 국내 반도체가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역량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나홀로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AI 반도체 붐으로 격변기를 맞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기술력과 네트워킹으로 빅테크 기업을 사로잡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美 반도체 ‘파티’ 연상시킨 인텔 파운드리 행사…대놓고 ‘우리는 원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2024’ 포럼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인텔은 반도체 업계의 챔피언으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도체를 실리콘밸리(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상지)에 돌려줍시다”라고 말했다.

펫 겔싱어 인텔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첨단 공정으로 제작된 웨이퍼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

인텔은 이날 정식으로 파운드리 사업 출범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업계 2위 자리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현재 2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다.

이 자리에서 러몬도 장관이 인텔을 치켜세운 건, 인텔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오픈AI 등 여러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원팀’이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의 칩스법(CHIPS ACT)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령관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대만과 한국에 넘어간 반도체 주도권을 미국이 가져와야 한다”며 “미국이 세계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 ‘제2의 반도체지원법’이든 뭐든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자국 반도체 기업을 밀어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엔비디아, 오픈AI 뿐 아니라 MS,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직접 AI 반도체 설계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 대다수가 미국 기업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이들이 인텔과 손잡고 대량 수주를 맡기면 인텔의 파운드리 역량은 급격히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행사는 미국에 본거지를 둔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들끼리의 ‘파티’를 연상케할 정도로 거물급들이 대거 등장해 인텔을 지원사격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오른쪽) CEO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여해 팻 겔싱어(왼쪽) 인텔 CEO와 대담하고 있다. [연합]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오픈 AI의 샘 올트먼 CEO가 대담에 패널로 참석해 “세상에는 AI 컴퓨팅을 위한 칩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화상으로 깜짝 등장해 “우리 모두는 미국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텔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텔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AI 반도체 생산을 인텔에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약 50억 달러(6조6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날 인텔은 지금까지 파운드리 수주 물량이 150억 달러(약 20조 원)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연매출이 2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TSMC-일본 서로 ‘윈윈’…끈끈한 동맹 관계 ‘신호탄’

미국이 자국 반도체·빅테크 기업을 밀어주며 원팀 전략을 펴고 있다면, 일본과 대만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한 끈끈한 파트너십 관계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되찾고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와 간판 기업 TSMC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다양화에 집중하고 있는 대만의 전략이 서로 부합하기 때문이다.

TSMC 일본 구마모토 1공장 [AFP]

TSMC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제1공장 준공식을 연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착공부터 준공식까지 불과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본은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에 4760억 엔(약 4조23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에 힘입어 TSMC는 곧바로 연말부터 2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2조엔(약 18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데, 여기에도 일본 정부가 최대 9000억엔(약 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TSMC에 일본은 매력적인 생산 거점이다.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반도체 인력 특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오랜 기간 침체된 탓에 관련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특징이다. 아직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고, 대만 인력 파견 및 무노조 경영 원칙 등을 둘러싼 현지 반발이 심상치 않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K-반도체, 빅테크 네트워크만이 살 길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실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처럼 독자 노선으로 파운드리 역량을 키우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지 않은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 시장의 사업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며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이 국내에 있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협력이 가능한데, 한국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아직 약소하기 때문에 우리끼리의 독자적인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시설 [삼성전자 제공]

때문에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빅테크와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랜 기간 이어온 메모리 반도체 네트워킹과 초격차 기술을 활용해 빅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반도체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와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이달 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날 가능성이 나온다. 저커버그 CEO는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관련한 협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AI 반도체에 대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칩을 설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도 오는 28일 께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관계자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방한해 ‘삼성 AI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짐 켈러와 삼성전자의 인연은 20여 년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I 반도체 붐이 일면서 이를 제조해줄 파운드리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1044억달러(약 139조원)이던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6년 1538억달러(약 205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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