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소수 종목 주도…"일부 종목 거품" 지적도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1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7% 이상 상승했다. 사진은 엔비디아 로고.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증시 상승의 훈풍이 글로벌 증시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 유럽과 세계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번 증시 랠리를 이끈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열풍이 사라질 경우 글로벌 증시도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엔비디아 주가가 16% 이상 오르면서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56.87포인트(1.18%) 오른 39069.11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처음으로 39000을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05.23포인트(2.11%) 상승한 5087.03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460.75포인트(2.96%) 뛴 16041.62로 장을 마쳤다.
일본, 유럽 등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2.19% 오른 39098.68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39000선을 돌파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장중 18881.77로 신고가를 갈아치운 뒤 전일보다 0.94% 오른 18852.78로 장을 마쳤다.
유럽 증시에서는 광범위한 기업을 포괄하는 스톡스유럽 600 지수가 전장보다 0.82% 오르고, 독일 DAX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도 각각 1.47%, 1.27%씩 상승하며 고점을 다시 썼다.
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하는 세계 주가지수(ACWI지수), FTSE인터내셔널이 48개국 주가지수를 반영해 만드는 FTSE 올월드지수도 나란히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미국 증시 상승은 엔비디아의 주가의 급등이 견인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며 시가총액이 1조9635억달러(약 2610조원)로 불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S&P 500 지수의 상승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비중이 너무 커진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가 21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하기 전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시장 전반의 위험 요인으로 인식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옵션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3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의와 함께 '최대 위험 이벤트'로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최근 소수의 종목이 증시 랠리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선 과도한 활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아직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일부 종목의 경우 '거품(버블)' 영역에 접근하고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올해 들어 주가가 225% 상승한 서버 장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같은 종목의 상승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 베어드의 테드 모턴슨 기술 전략가는 "일부 분야에서는 밸류에이션과 펀더멘털(기초여건) 사이에 위치가 어긋나 있다. 2000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며 "이 시장은 '나스닥'에서 '드래프트킹스(미국 최대 스포츠 베팅 온라인 플랫폼)'로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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