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키미테’는 유명하잖아” 멀미약으로 번 돈, 골프장 하더니…끝모를 추락
멀미약 키미테를 붙이는 모습[유튜브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요즘 누가 촌스럽게 멀미를 해요”

1970~90년대, 장거리 여행을 할 때면 빠뜨리지 않고 준비한 것이 바로 멀미약. 멀미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대인병 중 하나였다. 자동차 보급이 아직 확산되지 않아 멀미를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그 중 먹는 약이 아닌 귀 뒤 쪽에 붙이는 멀미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키미테’를 만든 명문제약이 최근 심각한 추락을 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20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700억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64억원)보다 63%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79억원에서 올해 37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명문제약은 지난 1983년 설립된 40년차 제약사다. 명문은 초기부터 경피흡수제(피부에 붙이는 약) 개발에 나섰고 1985년 국내 최초로 경피흡수제형 패치제 키미테를 출시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80~90년대 키미테 광고에는 당시 인기 많은 연예인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당시 인기 모델에 해당하는 코미디언 심형래가 출연하기도 했다.

코미디언 심형래가 출연했던 키미테 광고[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45)씨는 “어릴 때는 차를 탈 기회가 별로 없어 차만 탔다하면 멀미를 했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엔 어려서 알약을 먹지 못했는데 키미테가 나오면서 붙이기만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 것이 참 신기했다”고 말했다.

키미테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명문은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고지혈증치료제, 소염진통제 등을 잇따라 내놨지만 대부분 복제약 정도여서 시장에서는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명문은 지난 2009년 계열사 명문투자개발을 설립하고 경기도 이천에 있는 더반CC를 인수하며 골프장과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신통치 못했다. 오히려 명문제약의 실적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잘 돌지 않자 지난 2022년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명문은 지난 2016년부터 오너 2세인 우석민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우 회장이 대표가 된 이후에도 여러 번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를 하는 등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만 본인이 가진 주식을 담보로 3차례에 걸쳐 55억원을 빌렸고 올해 1월에도 12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우 회장의 지분은 특수 관계자까지 합쳐 약 20% 정도다.

명문제약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명문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2021년 1만원대 초반까지 올랐지만 최근에는 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문은 80년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패치제를 개발한 기술력 있는 제약사였다”며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오히려 골프장, 부동산 사업 등으로 눈을 돌리다가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현재는 매각 위기까지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