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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다 지으러 돈 넣었더니…500억 날벼락 맞은 신탁사[부동산360]
‘부산 범천동 오피스텔’ 대주단, 코람코 상대 대출금 반환 소송 제기
중앙지법, 원고 승소 판결…판결 확정 때는 240억원 돌려줘야
신탁업계 “책임준공 위축…그 피해는 수분양자들에 돌아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와 무관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부동산신탁사들이 책임준공을 수행하며 거액을 투입해도 받은 분양대금에서 대주단변제가 우선이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신탁업계에서는 최근 늘어나는 책임준공에 대한 업계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인건설이 시공한 ‘부산 범천동 오피스텔’ 대주단이 코람코자산신탁(코람코) 등을 상대로 낸 대출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코람코 등은 대주단에 원리금 163억여원과 지연손해금 70억여원 등 약 240억원을 지급해야한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대주단이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동에 지하5층~지상20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짓는 다인건설에 200억원을 대출해주며 시작됐다. 다인건설은 시공과정에서 자금사정이 나빠지며 사업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고, 약속했던 2020년 3월까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대주단은 코람코의 책임준공확약의무를 개시하는 조건으로 PF 만기를 2020년 11월로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다인건설은 시공권을 포기하는 대신 코람코에 준공을 위한 추가 사업비 조달을 요청했다.

코람코는 결국 194억여원을 사업비용으로 투자했고, 나중 수탁계좌에 분양대금이 들어오자 자신들의 투입비용과 이자 상당액을 가장 먼저 정산해 가져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며 분양대금이 제때 입금되지 않자 대주단이 빌려준 돈을 상환할 액수가 부족한 것이다. 대주단은 결국 코람코가 분양대금을 통해 우선변제한 것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냈다.

코람코는 신탁계약서에 명시된 ‘신탁이 고유계정자금을 신탁사업에 투입한 경우 대주단의 요청없이 신탁재산에서 최우선적으로 자금을 집행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대주단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으며 먼저 돈을 돌려받은 것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탁재산에서 최우선 변제를 받기로 약속한 만큼 입금된 ‘분양대급수납계좌’에서 미리 차입금을 돌려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대주단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필수사업비 범위를 초과해 신탁회사가 투입한 돈은 대주단이 당초 예상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위 계약서 조항은 분양대금을 돌려받는 ‘분양대급수납계좌’가 아닌 사업비 지급관리에 쓰이는 ‘운영계좌’ 내에서 사업비 집행순서 중 코람코의 차입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즉 ‘분양대금수납계좌’에서도 대주단의 대출금보다 우선순위로 변제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신탁회사가) 고유계정에서 자금을 투입했다고 어떠한 자금집행도 단독으로 정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 “분양대금수납계좌에 입금되면 이를 전부 대출금상환적립계좌로 이체하고 위 대출금상환적립계좌로 이체된 돈을 이 사건 대주들에 대한 대출원리금 상환용도로만 사용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코람코가 책임준공을 약속하며 빌려줬던 돈을 못 받게 될 위기에 처한 사업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고법은 이달 초 대주단이 코람코를 상대로 낸 금전지급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판결도 확정되는 때는 코람코는 대주단들에 원리금 전부 합해 약3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코람코는 판결에 불복하며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책임준공 과정에서 신탁회사들의 투입금보다 대주단의 변제가 먼저라는 판결이 이어지자 신탁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신탁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책임준공형 신탁이 늘어나는 와중에 리스크를 대부분 신탁회사가 떠안는 현 구조가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은 신탁상품의 우선수익자 지위에 있음에도 신탁사가 그들의 손해를 모두 감당하게 되면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손실보전 위반에 해당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면서 “우려했던 시공사들의 부실이 진행중인 최근 신탁사들의 책임준공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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