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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형원의 Insight] 우리 DNA에 있는 경로우대와 孝사상
살아계신 어르신들 공경하고 효를 실천하는 경로우대의 전통과 효(孝)사상은 우리 한국인의 DNA 속에 깊숙히 새겨져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집밖에까지 손님을 배웅나온 노부부 서예가 삼여재(三餘齋) 김태균(金台均) 선생과 부인 이민자교수 [필자제공]

지구상에서 인간만 갖고 있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인간의 생로병사에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서로 공유하는 전통과 풍습은 할머니를 가까이 모시고 대가족에서 자란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우리 집안의 전통과 풍습의 계승과정이었다.

누구나 기대하고 좋아하는 ‘유종의 미(happy ending)’는 인생의 여정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스토리에서 모두가 바라는 바이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에 녹아있는 효(孝)사상과 이에 따른 경로우대 가치관은 아기로 태어나서 어른이 됐다가 다시 아기로 돌아가는 삶의 이치에서 해피엔딩을 준비하는 문화강국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올 때 세계인구는16억명이었는데, 강산이 열번 바뀐 21세기 시작점에는 61억명으로, 2023년에는 81억으로 깜짝 놀랄만한 비약적인 인구성장이 있었다.

막힘없이 늘어나던 세계인구가 선진국들에서 인구감소현상으로 고령인구(aging population)를 부양하는 부담이 차세대에게 계속 늘고 있는 추세는 대한민국만 체감하는 것이 아니다.

1982학번으로 미국 UCLA대학에서 공부할 때 우리가 배우기로는 인구증가로 지구가 겪고 있는 환경적인 부담 자체가 우리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던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기르자!” 라는 절박한 구호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이 국제감각과 인류사의 흐름에 대해서 뭘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국경의 개념이 명확하지도 않고, 인류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19세기에 비해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던 20세기에는 국가관의 정립과 국경의(nationalism and borders) 정의가 갈수록 또렷해졌다.

1903년 하와이 도착으로 시작됐던 한국인의 미주이민은 하와이를 거쳐서 자녀교육을 중요시하던 한국 사람들은 북미주본토 전지역으로 확장해갔다.

사탕수수밭 일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던 멕시코 유카탄 반도로 1905년 이주했던 한인들 중에는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 지금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렵지 않게 미국 본토로 이주 정착한 코리안 아메리칸 가족들이 있었다.

노동력을 가진 인구가 늘면 당연히 세금을 내는 인구가 늘고, 고용창출과 경제활동의 증가로 국가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20세기 인구증가의 수혜국가로는 대한민국도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지지 않고 세계가 놀랄 만한 급성장을 이뤄냈다.

딸 집으로 배송돼 도착한 어머니 유골함이 캘리포니아 딸 집 홈오피스 책상 위에 모셔져 있다. [필자 제공]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부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구저출생 현상이 다름 아닌 우리 사회가 진화해 오면서 그동안 최대 경제적인 이득을 챙겨왔던 기득권의 그동안 결정들의 결과는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 과정의 평행을 선도해가는 사교육제도는 서민들과 중산층에게는 허리가 꼬부라지고 몸이 부서지는 따라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구호로만 존재하는 대부분의 직장에서의 출산휴가 제도는 선진국의 당연한 정책이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기업환경에서는 대부분 직장에서 써먹기 어렵고 따먹기 어려운 해택의 아이디어로만 존재하고 있다.

국가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해온 주택 해결방식으로 끊임없이 건설해온 아파트는 학군 좋은 수도권에서는 젊은이들이 평생 일해도 매입할 수 없는 높은 가격대로 치솟았고, 산업화 대한민국 1인 1가구 현상은 다세대 친족가족이 모여살며 아이들을 돌봐주는 전통 가족환경의 반대로 진화해가고 있다.

여성으로 전문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非)연애, 비(非)섹스, 비(非)출산, 비(非)결혼 등 ‘4 비(非)’를 선택해야만 하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커리어 환경은, 이익극대화만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기업환경의 소모품으로 전락해 아이들을 갖고 싶은 여성들의 본능조차도 해결 못해준 고장난 사회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본토인들의 출생률 감소를 이민자들로 해결해왔다.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대선주자마저도, 세번째 부인과 장인장모 모두 이민자이고, 본인 회사 소유의 골프장과 호텔, 묘지 모두 이민자들의 노동력으로 관리되고 있다.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뜨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은 이민자들로 얼마든지 충당할 수 있다. 다만 변화의 속도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살아계시던 가족의 어른이 타계하면 조상이 된다. 서로 보지 않고 함께 살지 않더라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우리 문화에서는 1촌으로 정의해 놨다. 생로병사의 여정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같은 절대적인 이치가 바로 살아계신 조상들의 타계 과정이다.

걸어 들어가거나 구급차편으로 도착해서, 양로원 건물을 마지막으로 나갈 때에는 발이 먼저 나가는 우리 모두의 미래 죽음 경험을 이번 미국방문 때 간접 경험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는 백인 대학 동창 토리(Tori)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아리조나 요양원에서 연락이 와서 일주일간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인류가 가진 보편적 효 사상을 어머니 사랑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 기특하고 대견하게 생각했다.

어머니의 주치의로부터 엄마가 위독하니까 빨리 다녀가라는 연락을 받고 양로원을 찾아갔던 토리는 지난 일주일 동안 어머니와 평생 못다한 깊은 이야기를 멀쩡한 정신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맏딸 토리가 집에 돌아와 회사일에 복귀한 4일 후 토리는 요양병원으로부터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꽃바구니를 준비해서 찾아갔더니, “오 마침 오늘 엄마 유골이 도착했어” 라고 하면서 포장된 유골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가까운 자녀와 친척이 없는 상황에서 장례식을 따로 갖지 않고 장의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화장해 캘리포니아에 있는 딸네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온 유골함이 도착한 것이었다.

유골함과 함께 도착한 사망증명서. 50개 국가로 형성된 미합중국은 각 주마다 사망증명서가 다르다. [필자 제공]

사망증명서(Death certificate) 원본과 함께 도착한 유골함 무게는 겨우 3.5kg이 조금 넘었다. 아리조나주에서 캘리포니아 새로 이사간 딸네집으로 처음 찾아온 엄마의 유골함 배송 비용은 76.30달러.

죽을 때는 인생에서 소유했던 어떤 것도 못 가지고 가는 인류 모두의 공통적이고 절대적인 이치는 국경과 문화적인 장벽(barrier)이 없다.

살아계신 어르신들 공경하고 효를 실천하는 경로우대의 전통과 효 사상은 우리 한국인의 DNA 속에 깊숙히 새겨져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접촉 시 ‘삑삑’으로 일반교통카드 ‘삐’와 구분되는 65세 이상 고연령층의 반영구적인 무임용 교통카드,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카드’의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없다가도 있고, 있다가도 없어지는 사회운영 예산에서 숫자 맞추기에 우리 정체성을 버리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효를 실천하는 경로우대의 전통과 효 사상의 종주국은 우리 한국인이라는 것을 망각한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떤가?” 라고 물어볼 때 기가 막힌다.

우리가 다른 문화에 모범이 되는 경로우대의 전통과 효 사상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문화강국으로 계속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실천하며 이끌고갈 자신감과 자존감의 밑천은 확고한 한국문명의 정체성에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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