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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드맨’ 조진웅 “아버지 이름으로 연기…아직 이름값 못한다”[인터뷰]
“바지사장 업계 현실 알고 충격”
“‘현장의 열정’이 배우 생활 원동력”
[콘텐츠웨이브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영화를 촬영하면서 (바지사장 업계를) 알게 됐어요.”

배우 조진웅은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 ‘데드맨’을 촬영하면서 알게 된 바지사장의 세계에 대해 놀라움 그 자체라고 털어놨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데드맨’은 바지사장 세계에서 잘 나가던 남성이 1000억 원의 누명을 쓴 채 ‘죽은 사람’으로 살다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진웅은 주인공인 만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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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는 극중에서 돈을 받고 이름을 빌려줬다가 아무도 모르게 중국의 사설 감옥에 무기한으로 갇힌다. 임신 중인 아내가 바지사장 업계에 발을 들인 만재를 상대로 이혼 절차를 밟던 중에 벌어진 일이다. 아내의 마음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조진웅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만재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연기를 미리) 준비할 수가 없었어요. 본인이 원해서 발을 들였지만, 구제 방법을 못 찾는 상황인 것이잖아요. 나락에 떨어져 더 이상 숨 쉬고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순간의 리액션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감 넘치게 준비된 중국 사설 감옥의 촬영 현장 덕분에 그는 어렵지 않게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극중의 사설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실제 촬영은 경상도에 위치한 한 검역원에서 진행됐다.

“이만재 캐릭터를 사지로 몰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준비해 놨더라고요. 그런 환경에선 배우가 분장하고서 연기하면 정말 신명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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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봉준호 감독과 영화 ‘괴물’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봉준호 키즈’ 하준원 감독의 입봉작이다. 하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장장 5년 동안 바지사장 세계를 직접 취재해 대본을 썼다.

“하 감독님은 데뷔작이라고 생각이 안 들 만큼 어느 감독보다 유능하고 논리적이었어요. 배우가 놀 수 있는 장을 충분히 열어줬죠. ‘봉준호 키즈’인 것도 전혀 몰랐어요. 차기작이 굉장히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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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간의 가지는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을 묵직하게 다룬다. 조진웅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이름값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이름값이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정작 이름값을 삶의 1순위로 두진 않잖아요. 과연 몇 순위일까요? 전 순위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름값을 하며 사는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특히나 조진웅이 이름값을 묵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활동이 자신 뿐 아니라 아버지의 명예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그만큼 그가 짊어진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이 누구보다 무겁다.

“이름값을 하고 사냐는 질문은 제게 연기를 잘하고 사느냐와 같은 질문이에요. 영화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죠. 아버지의 함자를 예명으로 쓰고 있는데, 아직까지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하기엔 부족한 것 같아요. 진정성을 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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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6년 극단 동녁을 통해 연기에 발을 들인 조진웅은 배우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되어 간다. 스크린 활동도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시작해 올해로 꼭 20년이 됐다. 그는 수십 년 간 배우 생활을 하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으로 ‘현장의 열정’을 꼽았다.

“스탭과 배우들이 굉장히 고군분투해서 한 장면을 만들어 낼 때 경이로워요. 열정이 없으면 감히 해낼 수 없어요. 그게 자꾸 절 움직이게 해요. 현장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정서적으로 안전한 곳이에요. 절 힘들고 지치게 하는 건 오히려 현실의 삶이죠.”

다만 영화의 흥행 성적은 배우로서 언제나 감내해야 할 묵직한 책임감 같은 것이다. 그러나 조진웅은 흥행과 무관하게 공들여 만든 모든 영화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함을 나타냈다.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만든 결실이란 이유에서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떤 고충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모든 영화를 존경해요. 모든 작품이 다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데드맨’도 마찬가지에요. 세상에 나와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1단계가 성공한 거에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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