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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실패한 의대 증원 성공하려면…“대학보다 의료 공공성에 초점”
2020년 문재인 정부 의대 정원 확대
휴진율 60% 전공의 집단행동 타격
“여론 결집 실패, 정책 주도권 상실”
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4년 만에 추진되는 의대 정원 확대가 좌초하지 않으려면 대학 입학 정원보다 의료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정책분석평가학회보에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입안의 실패 요인’이라는 논문을 통해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이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공론화 과정 부족 등으로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교수는 4년 전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 개혁 장기 계획을 알리는 등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정원은 3058명이다. 2006년 이후 18년째 동결 상태다.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당정 협의회를 거쳐 의대 정원을 10년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수·지역의료 공백 해소가 목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의대 확대 정책은 의사단체들의 강력한 집단 행동으로 실패했다.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로 구성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주축이 돼 의사들이 단체 휴진에 나섰다. 특히 전공의들의 휴진율은 60%에 달했다. 의대생들도 동참했다.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을 거부했고 의대생 다수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해 한차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된 후에 의료계와 함께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의사들의 집단 행동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웠다. 신 교수는 코로나19라는 국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공적 가치를 알리고 여론을 결집하는 데 실패해 의료계의 저항에 정책을 철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또 의협이 아닌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전면에 등장해 협상 방향을 바꾸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고도 짚었다.

신 교수는 “정부는 사안에 따라 의협, 대전협, 의대협 등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이익집단과의 협의하면서 정책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갖지 못했다”며 “의료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소통구조가 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여론을 결집해 알리는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의료 공공성 확립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취약한 공공·필수·지역의료 분야 의료인력 양성과 관리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생은 2031년 의대를 졸업해 의사가 되는데, 이때부터 매년 2000명씩 의사를 배출해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사단체들도 단체행동 준비에 들어갔다. 의협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이 선출되고 나면 총파업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방침이다.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 또한 오는 12일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여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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