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잇따른 투자 실패로 ‘마이너스의 손’이 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거액을 투자한 회사가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최근 손 회장은 실리콘밸리 자택을 담보 대출 받기도 했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12억 달러(약 1조5천913억원)를 투자한 유전자 치료업체 인바이테가 파산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바이테는 ‘돈나무 언니’라 불리는 캐시 우드의 ARK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생명공학 기업이었다. 미국 샌프랜시스코에 본사를 둔 인바이테는 구조조정 전문업체인 모엘리스, FTI컨설팅과 법률회사 커클랜드& 앨리스와 협력, 수주 내로 15억 달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파산을 포함한 전략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2020년 7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를 넘어섰고, 주가도 50달러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기업이 쇠퇴하면서 주가는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파산 준비 소식이 알려진 5일에는 9센트까지 폭락했다.

우드는 이 회사가 유전자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라면서 자사 포트폴리오 중 가장 과소평가된 주식 중 하나로 평가한 바 있다.

인바이테의 몰락은 같은 분야 경쟁사였던 23앤드미의 파산을 연상하게 한다. 23앤드미의 시가총액은 2021년 60억 달러에 달했으나 지금은 '0'에 가깝다. 인바이테는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2억 달러를 전환사채 형태로 조달했다. 이 자금은 주로 기업 인수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당시에 밝혔다.

미국 유전자 치료 업체 인바이테 [인바이테 홈페이지]

인바이테는 이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소프트뱅크와 ARK 역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활발히 인수합병을 하며 몸집을 키워온 인바이테는 최근 일부 자산을 매각하고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생식 건강 사업 부문을 5250만 달러에 매각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환자 데이터 사업체 시티즌도 매각했으나 매각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인바이테는 2013년 창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작년에는 현금을 2억2000만 달러(약 2900억 원) 이상 소진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투자 귀재로 불리던 손 회장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손 회장이 실리콘밸리의 최고급 저택을 담보로 9200만 달러(약 1212억원) 대출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T는 “손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의 지분부터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 지분까지 모든 것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이 지난해 투자로 날린 손해는 11억달러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