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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극장가에 ‘블록버스터’가 사라졌다
10억~80억 중·저예산 영화만 몰려
성수기 대작 줄줄이 실패하자 달라져
‘도그데이즈’[CJ ENM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대작이 한 편도 없다. 올해 설 극장가 이야기다.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명절에 100억원 이상 투자한 대작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명절, 여름, 연말 등 성수기’, ‘대규모 투자작’, ‘인지도 높은 감독, 배우’ 등 영화 흥행 공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게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영화 유통 방식을 건너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작을 흡수하고 있는 최근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5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모두 3편이다. ‘도그데이즈’, ‘데드맨’, ‘소풍’ 등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세 편 모두 제작비가 100억 원 미만인 중·저예산 작품이다.

‘도그데이즈’는 82억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세 편 가운데 가장 제작비가 높다. 영화는 반려견을 중심으로 인연이 맺어지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등 화려한 배우진이 총출동한다. 손익분기점은 200만명이다.

‘데드맨’[팔레트픽처스 제공]
‘소풍’[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드맨’도 75억 원이 투입돼 손익분기점이 180만 명 정도다. 조진웅·김희애 주연으로 세 편 가운데 유일하게 스릴러 장르를 내세웠다. 영화는 바지사장계 에이스로 꼽히는 만재(조진웅 분)가 1000억 원 횡령 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하게 몰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린다.

‘소풍’은 제작비가 12억 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로 손익분기점은 25만명이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원로 배우들을 내세웠다. 영화는 쓸쓸하고 고독한 노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룬다.

이같이 대작 하나 없이 중·저예산 영화만 극장가에 몰린 배경엔 지난해 전통적인 성수기로 알려진 명절, 여름, 연말 등의 시기에 개봉한 대작들이 고배를 마신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 개봉했던 대작 ‘교섭’과 ‘유령’은 각각 172만 명과 66만 명만 모으는 데 그치며 손익분기점을 넘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를 겨냥했던 영화 ‘더 문’과 ‘비공식작전’ 역시 각각 51만 명, 105만 명 동원하는데 그치며 쓴맛을 봤다.

지난해 추석 극장가에서 기대를 모았던 칸 초청작 ‘거미집’은 31만 명, ‘1947 보스톤’은 102만 명,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91만 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연말 특수를 노렸던 ‘노량: 죽음의 바다’ 역시 456만 명만 모으며 손익분기점(720만명)에 한참 못 미쳤다.

반면 비수기로 여겨지는 5월에 개봉한 ‘범죄도시 3’와 11월에 극장가를 찾은 ‘서울의 봄’은 모두 가파른 속도로 흥행몰이하며 천만 기록을 세웠다.

‘살인자 ㅇ난감’[넷플릭스 제공]

이처럼 성수기를 목표로 한 작품들의 성적이 하나같이 저조한 반면, 비수기 때 개봉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장가의 성수기나 비수기의 의미가 크게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OTT가 대작들을 흡수하면서 기존 극장가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대작 네 편이 몰렸던 지난해 여름의 경우,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대작 영화들을 뛰어넘는 인기몰이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설 연휴엔 배우 최우식과 손석구를 내세운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 ㅇ난감’이 공개될 예정이다.

심영섭 영화 평론가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의 경우, 비용적 안전장치가 있는 OTT를 선호하고 있다”며 “극장가 비수기인 상황에서 대작들이 OTT를 선호하고, 영화의 기획적 공백이 생겨나 이번 설 극장가에 대작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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