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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퓰리즘과 정치개혁 사이…‘한동훈표 세비 삭감’ 가능할까[이런정치]
국회의원 월급, 월 1300만원→573만원으로 줄어드나
당 대표, 매달 당비로만 250만원…“지역 사무실도 운영”
“자칫하면 포퓰리즘으로 연결…정치 혐오 만들 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명절을 앞둔 2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구리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셀피를 찍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 삭감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급여를 ‘기준 중위소득’ 수준까지 삭감하자는 것인데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발언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 간 극한 대립 탓에 21대 국회가 사실상 ‘식물 국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 위원장의 발언이 자칫 정치 ‘개혁’이 아닌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봉 1억5690만원 → 6876만원으로…법 개정사항

4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4년 국회의원의 세비(연봉)는 1억5690만원이다.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경비와 수당을 합치면 국회의원 실수령액은 13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비 1.7% 인상됐는데 공무원 보수의 인상 비율만큼 올랐다는 것이 국회 사무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월 573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6876만원이다. 한 위원장 주장대로 의원 세비를 책정하면 연봉에서 약 8824만원을 줄여야 한다. 56% 삭감된 금액이다.

의원 세비를 삭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 개정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법적으로 규정된 명칭이 아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무원 보수의 조정 비율 범위 내’에서 수당 등을 조정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세비 조정안은 지난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됐지만 논의된 적은 없다. 20대 국회였던 2019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국회의원보수산정위원회’가 국회의원 세비를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총 15건 제출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당비로만 최대 수백만원 내야 해…“지역 사무실 운영비 필요”

국회의원 세비 삭감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국회의원 실수령액이 ‘어디에’ 쓰이는지 계산하는 데에서부터 계산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설명이다. 국회의원 실수령액은 1300만원이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국회의원은 ‘당비’를 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월 300만원 이상 ▷대표 월 250만원 이상 ▷원내대표 월 100만원 이상 ▷최고위원 월 70만원 국회의원 월 30만원 이상(비례대표는 월 50만원 이상) 등으로 직책당비를 정해놓았다. 여당 몫의 국회부의장은 매달 100만원을,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은 50만원을 각각 당비로 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통령 월 200만원 이상, 대표 월 200만원 이상, 국회의원 월 75만원 이상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도 국회의원 개별 지출 내역이다. 국회의원 정치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나 정치후원금 한도는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이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여의도에서는 언론인이나 상임위원회 관계자를 만나야 하고 지역에 내려가면 지역민들을 상대하는데 한 달에 몇 백만원은 족히 든다. 지역 사무실 운영비까지 하면 더 든다”며 “한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국회의원 월급이 500~600만원 정도로 줄어들면 의정활동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
“원래 돈 많은 사람만 정치하자는 것” 비판도

국회의원 세비 삭감이 되려 정치 진입의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높은 세비가 책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입법 활동에 집중하라는 의미”라며 “만약 국회의원 세비가 중위소득 수준이 된다면 ‘원래 돈 많은 사람’이나 ‘가족 등 다른 생계수단’이 있는 이들만 정치를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겸직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을 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세비 삭감 주장은 지금까지 정치개혁 안건과 결이 다르다”며 “자칫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차라리 국회의원 세비 사용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이 낫다. ‘일을 하지 않으니 세비를 깎자’라고 하는 데 담긴 혐오 정서를 한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의힘에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려면 직챙 당비 90만원, 심사료 200만원을 내야 한다. 후보등록에만 300만원 가량이 드는 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비슷한 취지의 조사를 내놨다. 지난 2013년 발표한 ‘주요국 의회의 의원에 대한 지원제도’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의회 제도를 보유한 주요국은 국회의원에 대해 최고위 공무원 급여 수준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정치의 영역을 ‘전문적’ 직업 범주로 인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의원직 퇴직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 퇴직수당을 지급한다. 의원직이 재선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낙선할 경우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기까지 최소한 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입법조사처는 “의원에 대한 인적 지원과 재정적 지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의회의 입법 및 행정부 감독 기능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수적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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