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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난 사람들’ 스티브 연 “통제력이 없어 무력한 대니, 나도 녹아들었다”
감독 이성진·배우 스티브 연 화상 인터뷰
이성진 “실제 겪은 일에서 모티브…수상 덕에 바쁘다”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미니시리즈 부문 감독상과 작가상을 받은 이성진 감독(오른쪽)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스티븐 연. [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너무 감사한 맘이 들어요. 이런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세계적으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게 기분 좋아요.”(스티브 연)

“가끔 너무 많은 걸 생각하다 보면 과정을 즐기는 법을 까먹을 때가 있어요. 운 좋게도 스티브를 비롯한 많은 동료들이 제가 발을 땅에 붙이고 현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이성진 감독)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의 주역 스티브 연과 이성진 감독은 2일 화상 간담회에서 에미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쓴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운전 도중 사소한 시비에서 시작한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 분)와 에이미(앨리 웡 분)의 다툼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성난 사람들’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을,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안은 데 이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8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넷플릭스 제공]

‘성난 사람들’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이 감독은 “각 캐릭터 안에서 (시청자가) 자기 모습의 일부를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솔직하고 마음속에 깊이 감춰져 있는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서로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면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에미상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예술과 관련된 벤 다이어그램에 대한 설명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 감독은 “예술을 표현하는 사진 중에 한 쪽에 항상 자신을 괴롭히는 자기 의심이 있고, 다른 한 쪽엔 고삐 풀린 나르시시즘(자기도취)이 있는 벤 다이어그램이 있는데, 그 교집합이 예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 양쪽을 오가며 중간에 도달하는 것 같다”며 “가끔 누구도 절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우리가 상을 다 탈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며 웃었다.

스티븐 연 역시 “(수상을) 예상하긴 어렵고 수상을 희망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가 있었다”며 “시리즈 공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을 쏟아질 때 가장 깊이 느낀 건 감사함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제공]

에미상을 휩쓴 후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되게 피곤해요”라며 한국어로 웃으며 답했다.

그는 “제가 속한 공동체와 존경하는 아티스트들과 동료들로부터 인정 받는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제 삶에 영향을 주고 도와주는지 생각하게 되면 겸허하고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한국계로 살아온 경험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해 “비록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유기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며 “늘 그런 주제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안에 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추후 영화나 작품에도 계속 녹여 담고 싶다”고 바랐다.

‘성난 사람들’의 시작점이 되는 난폭 운전 사건은 이 감독이 실제로 겪은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는 “당시 운전자가 흰색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타고 있었다. (운전자의) 일진이 그날 안 좋았던 것 같다”며 “생각해보면 그날이 없었다면 이 작품도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여기 앉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에 스티브 연은 “희한한 건, 그 운전자가 일진이 좋지 않아 그랬을 것이란 것도 감독의 추측”이라며 “대니라는 캐릭터를 만든 사람이 감독인지 그 사람인지, 참 희한하다”며 말했다.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스티븐 연. [연합]

스티브 연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무력한 캐릭터에 녹아들어야 했던 점을 꼽았다.

그는 “대니의 특징은 그가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아 무력하다는 점”이라며 “저 역시 그런 순간에 불안하다고 느낀다”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보통 배우로서 연기할 땐 무력한 인물을 연기하되 배우로서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대니를 연기할 땐 저 역시 녹아들어 그 통제력 잃어버리고 놓아야 했다”며 “‘이게 괜찮을까’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것조차 내려놔야 했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연의 연기 성과를 배우 송강호와 비교한 질문이 나오자 스티브 연은 “송강호 배우에 대해 이 감독과 자주 얘기하는데, 그는 우리에게 ‘커먼 히어로’(common hero) 같은 존재”라며 “말도 안 되는(crazy) 비교”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까지 온 자체에 그저 감사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 온 길을 생각해보면 여러 과정을 통해 저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삶을 되돌아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저 감사함 뿐이에요.”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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