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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법 유예 거부한 민주당…‘운동권’이 주도했다 [이런정치]
1일 본회의 직전 野 지도부 ‘유예 방침 ’뒤집혀
의총 반대 토론 나선 ‘86 운동권’ 실력 행사
김성주 “국민 안전·생명 지키는데 후퇴 없다”
윤재옥 “운동권 특유의 냉혹한 마키아벨리즘”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 통화하고 있다. 같은 시간 통화하고 있었지만 상대방은 확인할 수 없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사실상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유예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과정에서 ‘운동권 의원들’의 반발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지도부의 방침을 무산 시킬 정도로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다.

당초 민주당이 제시해온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정부·여당이 수용하면서 중처법 협상이 급물살을 탔지만, 당내에서 격렬한 저항이 분출되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안청 설립과 유예안을 맞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국회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중처법 처리를 놓고 원내 지도부의 입장이 꺾였다. 의총 토론과정에서 노동계와 운동권 출신의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다.

실제 지도부에 속한 ‘86운동권’ 출신인 서영교 최고위원과 김성주 정책위 부의장 등이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당시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서 최고위원은 학생운동에 투신한 바 있고, 김 부의장은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된 경력이 있다.

김 부의장은 헤럴드경제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후퇴해선 안 된다’, ‘이는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이라고 의원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 지도부가 결정하도록 위임을 한 것이었고 그에 따라 지도부가 협상을 한 것”이라면서도 “협상의 결과를 의총에 보고했지만, 더 많은 의원이 반대했기 때문에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이다. 토론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여당과의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간 김 부의장은 원내 지도부가 중처법 유예를 두고 여당과 협상에 나서는 것을 반대해왔다.

서 최고위원은 지도부 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서 의원은 노동존중실천단 반장인 본인과 (원내 지도부가) 사전에 상의가 없었다는 점을 말했다”며 “또 갑자기 여당에서 협상 제안이 들어왔지만 최고위원들이 모여 이야기 할 시간도 없었다며 반대했다”고 전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이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처법 최종 협상안을 논의한다. [연합]

한국노총 간부 출신으로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수진 의원(비례)은 발언대에 두 차례나 올라 유예안을 거부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본지에 “의총 초반에는 유예 쪽으로 가는 흐름이었다”며 “앞서 반대토론에 나섰던 이수진 의원이 한번 더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히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과 협상을 위임 받은 지도부지만, 의원들이 강하게 나오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찬성토론에 나섰던 의원들은 산안청 설립의 의미가 크다는 점과, 원내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했다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은 “유예를 하더라도 언젠가 법이 실행이 되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하기 어려웠던 주무부처를 새로 만드는 것은 큰 성과일 수 있다”며 “잠깐 참더라도 제도를 보완해나가면서 산안청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중처법 적용 대상을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하는 규정 시행을 2년 유예하고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을 신설하되 2년 후 개청하는 협상안을 제시했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전날 오후 중처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이를 거부하기로 결론 나면서 이날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중처법 유예 법안 처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선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으로 운동권 특유의 냉혹한 마키아벨리즘을 보여주고 있다”며 “총선 때 양대노총 지지를 얻고자 800만 근로자의 생계를 위기에 빠뜨린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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