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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 프로젝트’ 오펜이 ‘갯마을 차차차’ ‘슈룹’ ‘형사록1,2’ ‘대행사’ 낳았다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펜’(O’PEN)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팀장 인터뷰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팀장.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갯마을 차차차’, ‘왕이 된 남자’, ‘슈룹’, ‘형사록1, 2’, ‘대행사’.

방영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CJ ENM이 신인 창작자 발굴·육성을 위해 조성한 ‘오펜’(O’PEN)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오펜(O’PEN)은 창작자(Pen)를 꿈꾸는 이들에게 열려 있는(Open) 창작 공간과 기회(Opportunity)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콘텐츠 기획·개발, 제작·편성, 비즈매칭까지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CJ ENM의 신인 창작자 발굴, 육성 프로젝트다.

창작자에게는 작품 제작 및 데뷔 기회를 제공하고, 업계에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새로운 크리에이터 발굴을 지원해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대표적인 기업 R&D 활동이자 사회공헌 활동으로 손꼽힌다.

“오펜은 2016년 기획 사업으로 정해지고 2017년 론칭됐다. 지금은 8기를 모집중이다. 당시 CJ ENM이 유료방송 업계 리더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사람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에서 사람을 발굴하는 리더십을 가져보고자 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육성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직군별, 직종별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작가들이 이 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소외된 측면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팀장은 신인 창작자의 산실 오펜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K-콘텐츠의 핵심이 실력 있고 다양한 창작자의 존재 유무라는 점에서 보면 오펜 프로젝트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남궁종 팀장은 “작가를 키우자는 생각에는 업계가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작가를 어떤 식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가가 새로운 숙제였다”면서 “그래서 현업에 있는 기성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신인시절 아쉬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며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오펜은 기존 작가공모전과는 차별화되면서 지향점도 달라졌다. 작가공모전은 대다수가 주최측인 방송국이나 제작사에서 상금을 주고 IP(지식재산권)를 일정 기간 가져가버리지만, 오펜은 저작권 등 IP를 작가에게 주는 획기적인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작가들이 작품을 디벨롭(발전)시키고 싶어도 IP가 방송국에 귀속돼 있어 힘들어 하시는 상황을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상금도 좋지만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영상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처음부터 IP 권리를 포기했다. 작가들이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결과로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건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CJ ENM이 저작권을 귀속시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오펜은 영상으로 제작하고 싶은 작품뿐만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운영될 수 있었다. 또한 저작권 귀속, 전속계약 등 종속조항 없이 작가들이 채널이나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K-콘텐츠 창작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도 마련할 수 있었다.

“작품이 영상화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서도 작가의 잠재력이 보여지면 선발한다. 공모때 제출한 작품을 디벨롭하는 게 아니고, 오펜에 들어와 일년에 2편 정도 새로 작품을 써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당선작은 작가의 역량을 판단하는 근거 자료이고, 작가가 재능 가능성을 보이면, 선발한다는 게 다른 공모전과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펜 작가의 개인집필실.

오펜 스토리텔러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기획, 개발할 수 있는 1년간의 교육과정과 개인당 1천만원의 창작 지원금, 개인 집필실 등의 창작 공간을 지원한다. 업계 최고의 연출자와 작가로부터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세미나·특강·현장 취재 지원, 자유로운 형식과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신인 작가 작품으로 구성된 tvNxTVING 드라마 공동 프로젝트인 ‘오프닝(O’PENing)’을 통한 당선작 영상화 및 tvN과 TVING 작품 공개, 제작사와 작가를 연결하는 비즈매칭까지 콘텐츠 제작 전 과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오펜을 시작할 때 CJ ENM의 재정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CSV(Creating Shared Value,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를 떠올리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 두 가지가 결합된 오펜 사업을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예산을 투입했다.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은 단기적인 결과의 산출만 생각하면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 출발 할 때부터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오펜 운영진 측에서도 5년안에 미니시니즈 데뷔 작가가 나오면 성공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운좋게도 출범한 해부터 데뷔작이 나왔다. 신하은 작가(1기)의 ‘아르곤’(2018), ‘왕이 된 남자’(2019) 등 드라마로 나와 인기까지 얻는 작품들이 이어졌다.

그동안 오펜이 배출한 신예 작가들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및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신하은 작가(1기)의 ‘갯마을 차차차’, 박주연 작가(1기)의 ‘블랙독’, 박바라 작가(3기)의 ‘슈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홍종성 작가(2기)의 ‘거래’, 백인아 작가(3기)의 ‘오늘도 사랑스럽개’, 임창세(2기)와 황설헌 작가(5기)의 ‘형사록 2’도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결국 드라마 제작을 가장 많이 하는 기업에서 작가를 활용할 기회가 많다. 스토리텔러, 작가 층이 두터워져야 스토리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경영진도 판단했다. 오펜에서 키운 사람들을 CJ에 귀속시키는 게 아니라 리소스를 투입하기 어려운 제작사와 공유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펜 스토리텔러 당선작들은 해외 유수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파고’는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저승라이더’와 ‘첫눈길’은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블랙코미디 부문의 골드 레미상과 외국어 장편 부문의 실버 레미상을 각각 수상했다. ‘XX+XY’는 런던 LGBTQIA+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아파트는 아름다워’는 독일 브레멘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남궁종 팀장은 “글로벌 어워즈마다 결이 잘 맞는 영화제에 출품한다”고 “경쟁력 있는 오펜 작가들이 글로벌 무대에 작품을 선보이고 인정받고 돋보일 수 있도록 출품을 위한 전 과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CJ ENM은 오펜 스토리텔러 작가들이 보유한 IP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OSMU(원소스 멀티유즈)로 전개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와의 제휴를 통해 올해 23편의 오펜 작가 작품들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 공개할 예정이다.

“이제 작가풀이 200명이 넘는다. 채널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1기 영화작가중에는 시나리오를 쓰다가 소설을 집필한 김호연 작가가 있다. 그가 쓴 ‘불편한 편의점’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대다수는 드라마나 영화 작가를 꿈꾸는데, 소설이나 숏폼, 시트콤 등으로 장르나 스타일을 다양화할 수도 있다. 오펜 작가중에는 다큐멘터리 관련 일을 하신 분도 있고, 뮤지션, 광고인, 의사, 사격선수를 하다 드라마를 쓰는 분도 있다. 유니크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이 평범한 직업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남궁종 사업팀장은 “‘오펜(O'PEN)’ 공모전 당선작중 기수별 주요작품은 드라마로 만드는 프로젝트인 오프닝(O'PENing)이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퀄리티가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는 걸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tvN과 TVING에 잘 맞는 작품을 선정한다. 특히 단막극에서 스케일이 너무 크면 소화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오펜은 2013년 7기까지 스토리텔러 233명을 배출했다. 또 2018년부터는 뮤직 부문도 뽑아 89명의 뮤지션을 지원했다. ‘슈퍼밴드’에도 나온 뮤지션 하현상은 1기 출신이다. 이들 아티스트 음원 및 드라마, 예능 OST 발매 음원은 440여곡에 이른다. ‘갯마을 차차차’에서 예능 PD로 나왔던 배우 이상이가 불러 크게 히트한 힐링송 ‘행복했으면 좋겠어’는 1기 최은혜(HEN)가 작곡했다. 2기 손준호(JEWNO)는 가수 윤하의 히트곡 ‘사건의 지평선’의 작곡과 편곡에 참여했다.

“음악 쪽이 가수와 퍼포먼서의 육성은 많은데, 작곡가의 육성은 별로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의 OST에 이들의 작품이 많다. 드라마가 해외에 알려지다보니 해외법인을 통해 음악쪽도 의뢰가 온다. 그들에게 그런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작곡가 풀이 있다고 말하면 놀란다.”

오펜 시스템이 만들어진 지 이제 8년째. 일련의 교육과정과 실전 대응 방법 등에 관한 노하우가 쌓이다보니 해외 콘텐츠 관련 기업이나 관계자들이 오펜 시스템을 이식해달라고 요청해오기도 한다. 오펜측은 중국, 베트남 등에 오펜 시스템을 이식하고 공유, 운영하면, 그쪽에서 배출된 크리에이터와 협업도 가능해진다고 남궁종 팀장은 귀띔했다.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팀장은 “오펜은 단순히 신진 작가 발굴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과 영역을 넘나드는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 매니지먼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의 새로운 트렌드와 좋은 가치를 이끌어 갈 꿈이 있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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