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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역 대유행에 해외여행 불안감 확산
두달새 외국서 홍역감염 입국자 9명
맘카페선 감염폭증 유럽여행 기피
여행 전 백신접종이력 확인 필수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을 기다리는 여행객 모습 임세준 기자

“설 명절 연휴에 맞춰 유럽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홍역 때문에 멕시코 휴양지를 가려고 계획을 바꿨습니다.”

직장인 박성제(32) 씨는 2월 9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에 4일 연차를 붙여서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박씨는 최근 여행지를 북중미로 바꿨다. 유럽을 중심으로 ‘홍역’이 대유행하면서 여행지를 급하게 바꾼 것이다. 유럽발(發) 홍역 유행으로, 여행객과 맘카페에선 유럽 여행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해외발 국내 홍역 환자는 모두 9명이었다. 홍역은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감염이 되면 발열·전신 발진·입안 발진으로 인한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홍역은 공기로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감염자 1명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사람 수를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RO)’는 무려 12~18이나 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홍역 환자와 접촉하면 90% 이상 감염된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열이 날 땐 해열제를 먹는 등의 대증요법이 전부다. 국내에서는 2000~2001년 홍역 관련 대유행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예방 접종 실시 후 급감했다. 홍역은 보통 MMR 백신(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을 접종해 예방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8만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1.6배 늘어난 숫자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난해 4만2000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2022년보다 45배 폭증한 수치다.

홍역이 유럽에서 대유행하자 여행카페,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설 연휴를 맞아 아이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모(39) 씨는 “5살 아들이 아직 홍역 2차 예방 접종을 맞지 않아서 유럽이 아니라 일본을 짧게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며 “코로나가 끝나서 안심했는데 먼 곳으로 여행 한 번 떠나는게 정말 힘들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맘카페 회원 A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것 같다”며 “갈수록 예방접종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심화하는 것 같아서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맘카페 회원 B씨도 “중국발 바이러스에 이어 이제 유럽발 홍역이냐”며 “예방접종도 철저히 하고, 아이에게 마스크도 다시 착용시켜야겠다”고 했다.

이에 홍역 백신 여부 접종 이력을 확인하는 이들도 늘었다. 맘카페 회원 C씨는 “아이의 백신 접종 이력을 체크한 뒤에 여행가는 게 필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본인의 백신접종 이력은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2002년 이전 접종자의 경우 혈액검사를 해야 항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생후 12~15개월과 만 4~6세에 각각 1회, 총 2회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생후 6~11개월 미만의 영아라도 홍역 유행 국가로 여행한다면 1회 접종이 권고된다. 20~30대는 홍역 관련 백신을 2회 맞았는지 확인해 봐야한다고 질병청 관계자는 전했다.

질병청에서도 홍역과 관련한 선제적 대처에 나섰다. 질병청은 최근 병·의원에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설 명절 연휴 해외여행 증가, 개학 등을 고려해 홍역 의심 환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환자를 진료할 때 문진으로 해외여행 여부를 확인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환자가 발진이나 발열이 있다면 홍역을 의심해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질병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해외 유입으로 인한 홍역 환자가 발생한 데 따라 선제적으로 내린 조치”라며 “해외, 특히 유럽에 가는 경우 예방접종 확인이 필수적이니 이를 유의하고 설 연휴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재 기자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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