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의 놀로스퀘어 수영장에서 한 웰시코기가 수영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어이구, 잘한다. 옳지~!”

서울 청담동 놀로스퀘어의 지하 수영장. 웰시코기 한 마리가 물속으로 가볍게 뛰어들어 견주가 던진 원반을 물고 돌아온다.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150㎡ 크기의 수영장에선 이날 수영 파티가 열렸다.

이곳은 반려견만을 위한 고급 실내 수영장이다. 전체 넓이는 330㎡에 달했다. 샤워실과 2개의 풀장, 개별 목욕실도 갖췄다. 구명조끼와 전용 드라이기까지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과 다를 바 없었다. 1회 이용료는 자유수영(2시간, 15㎏ 이하) 기준 7만2000원이었다. 주 1회 개별 강습을 받으면 월 45만원을 내야 한다. 사람이 받는 강습비의 2배 수준이다. 월평균 이곳을 찾는 반려견은 100마리가 넘었다. 5000만원의 고정수익을 담당하는 엄연한 ‘고객님’이다.

반려동물 복합문화센터인 놀로스퀘어에는 수영장, 휘트니스센터, 유치원, 호텔, 동물병원이 모여 있다. 반려견 호텔은 크기가 다른 네 가지 방으로 구성된다. 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고 유료 서비스를 신청하면 같은 건물과 연결된 병원 진료부터 공원 산책과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놀로스퀘어에 있는 반려동물 수영장이 인기가 많았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노령견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장 관계자는 “산책이 어렵고 관절이 약한 노령견을 물속에서 운동시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반려동물 용품매장에서 판매 중인 강아지유모차. 김희량 기자

1층인 카페에는 멍푸치노, 멍스테이크, 멍어묵탕 같은 강아지 전용 음식을 만날 수 있다. 휘트니스센터에는 15명의 트레이너가 맞춤형 운동처방과 재활훈련을 담당한다. 1대 1 맞춤 PT 수업료는 10만원이다. 같은 층에 있는 유치원의 10회 이용권은 80만원이다.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하루 6~7마리의 반려견들이 출석 도장을 찍는다.

놀로스퀘어를 운영하는 최주원 이사는 “부산, 광주, 대전에서 KTX를 타고 오는 분들도 있다”며 “최근에는 펫티켓이나 개물림 사고를 우려해 행동치료나 사회성 교육을 시키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3~6개월짜리 어린 강아지를 대상으로 하는 퍼피클래스도 인기가 많다”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견주들이 장기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서비스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를 묻자, 그는 “반려동물이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동반 레스토랑은 물론 교감하며 참여하는 게임장, 테마파크 시설들이 나오고 또 고급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반려견 전문 편집숍에 강아지 의류들이 진열돼 있다. 김희량 기자

놀로스퀘어가 있는 청담동에는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고급 반려용품 의류 전문점도 있다. 이탈리아 수입 의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반려동물 옷은 한 벌당 20~30만원대다. 한 번에 100만원 넘게 구입하는 견주도 있다. 이 매장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희소성 높은 제품을 찾는 고객을 위한 공간”이라며 “동물의 체형이 다양해 실제 입혀보고 살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남동, 연남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강아지 밥그릇 만들기 클래스나 수제간식 만들기 수업이 열린다. 다만 각종 반려동물과 관련된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김정현 칼빈대 반려동물과 교수는 “근거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정받도록 인증제도나 검증 시스템이 필요한 때”라며 “반려동물 시장의 양극화를 경계하는 동시에 유기동물 지원에도 정책적인 접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