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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전에 넣은 1억 다 날리게 생겼다” 지옥주택조합 여전하네 [부동산360]
동작구 일부 사업장 파산·사업 지연
탈회 신청 1년 반 지나도 감감무소식
재건축 대비 느슨한 관리에 피해 계속
피해 예방 법안 나왔지만 국회 계류 중
서울 용산구 남산 전망대에서 동작구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 서울 동작구 상도 3동 일대에서 아파트 건립사업을 추진 중인 한 지역주택조합. 이곳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1군 건설사와 계약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조합원 모집에 나서고, 이듬해 조합창립총회까지 열었다. 그러나 관할구청 확인 결과 아직 조합 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채 착공·준공 일정은 계속 밀리고 있다. 조합원들의 원성이 거세지며 지난 2022년 6~7월 ‘조합원가입계약 해지’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도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소송을 통해 일부 분담금만 돌려받은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조합에 지난 2018년부터 계약금과 일부 분담금까지 1억원 가까이 납부한 직장인 A씨는 “1년반이 지났는데도 분담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후순위라며 탈회가 미뤄지고 있다”며 “납부금 반환을 위한 민사 소송을 준비 중인데, 법무법인 상담 결과 절반도 못 건질 수 있단 이야기를 들어 속이 탈 뿐”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서울시 실태조사 및 행정 조치가 추진되는 등 정부·지자체가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존 사업장에서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일반 정비사업 대비 감시와 규제가 허술하고, 특히 부동산 침체기에 부실 사업장이 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단 우려가 크다.

19일 동작구청에 따르면 현재 동작구에선 총 23곳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추진·진행되고 있다. 동작구는 서울 자치구 중 지주택 사업이 가장 활발하다. 그러나 23곳 중 14곳은 여전히 지구단위계획 결정(사전자문) 단계에 그쳐, 사업 추진을 위한 심의 및 인·허가 일체가 진행되기 전이다. 즉 여전히 사업계획 승인은 커녕 교통·조합설립 인가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기약 없는 사업 추진 속 작년 11월 상도동 장승배기 지주택 조합이 파산했고, 일부 사업장은 진척이 없고 깜깜이 운영에 조합원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

지주택 사업은 시행사의 토지 금융비 등을 조합이 직접 관리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다. 이에 일반 아파트 공급보다 투자비가 낮다는 점에서 혹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일반 분양 혹은 정비사업과 비교해 사업 투명성이 떨어져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주택 사업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자금 입출금 내역 등을 의무 공개해야 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달리, 주택법을 적용한다. 이에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무엇보다 지주택은 사업 대상 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해야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진다. 토지·건물을 미리 확보하고 시작하는 재건축·재개발보다 사업 기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주택 토지 매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조합은 금융 이자 문제 등으로 파산할 수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성수동 랜드마크가 된 고급주택 ‘트리마제’다. 해당 부지에는 2000년부터 지주택 방식 개발이 추진되며 토지 93%가지 확보했지만, 일부 토지주의 ‘알박기’와 금융 위기가 겹치며 조합은 결국 부도를 맞았다. 이후 사업권이 두산중공업에 넘어가,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사업으로 재개되며 사업계획이 승인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사업성 악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앞선 사례에 나온 조합도 탈회 신청한 이들에게 분담금 반환이 미뤄지는 이유로 시장 악화를 꼽았다. 해당 조합은 소식지에서 “대출 규제 등 악재가 밀물처럼 밀려와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해 분양 시장이 ‘초초급매’만 거래돼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 악화와 재정건전성 문제로 반환이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도 잇따르다 보니 정치권·정부 차원의 피해 예방 노력도 지속되고 있긴 하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주택도 국토부나 지자체 명령·처분 위반하면 지도감독 받게 법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해 11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자체의 지도·감독 대상에 지주택을 설립 인가일부터 포함시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사업계획 승인 전의 지주택은 감독 대상이 아니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도 지난달 지주택 모집 광고에 주택건설대지 소유권을 확보한 소유자 소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내놨다. 모집 과정에서 소유권 확보 정도를 정확히 밝히게 해, 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일을 막기 위한 취지다. 아울러 두 의원 모두 조합 가입 철회 가능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을 법안에 담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밝혔던 규제 개선 방침은 작년 11월 김정재 의원안으로 발의돼, 전체회의 상정까지 이뤄졌지만 소위에서 언제 논의될지는 아직 미정”이라며 “매년 서울시 등 지자체에 실태 전수조사를 요청해 피해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감독 강화가 속히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이어진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성공 확률이 낮은 어려운 사업이며 특히 토지 확보가 가장 어렵다”며 “다만 주택개발사업의 한 형태이므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고, 규정 개선을 통해 사업이 최대한 순항할 수 있도록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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