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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아용품 대신 실버케어, 업계도 부랴부랴 “전략 수정”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분유 생산 공장에서 ‘단백질 음료’ 생산
우유업계 환자식·고령친화식으로 전환
“골드키즈 수요 공략” 틈새전략 기업도
아동복은 갈수록 고급화, 양극화 심화

영유아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생산했던 기업들도 등을 돌렸다. 저출산 여파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서다. 유업, 패션, 식품 등 대다수 소비재 업계까지 작은 희망은 절망이 됐다. 기존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기존 생산라인을 성인용이나 반려동물용으로 대체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 2014년부터 생산해 온 ‘뽀로로스파게티’의 생산을 지난해 12월 중단했다. 상대적으로 매출이 견조한 ‘뽀로로짜장’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자 눈덩이처럼 커지는 손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결단이었다.

풀무원은 팔도보다 한 달 앞서 2010년부터 이어왔던 이유식·유아식 사업의 마침표를 찍었다. 영유아 브랜드인 ‘베비언스’를 통해 액상분유와 영양 간식 등 유아 식품을 생산했던 LG생활건강도 10년 만인 지난 2022년 생산을 멈췄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무엇보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현재 아기 보습과 아토케어를 위한 스킨케어류와 샴푸·린스, 베이비 세탁세제 등 섬유유연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우유업계는 제품군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실제 남양유업의 분유 생산량은 10년 전인 2012년보다 6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 등 동종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외분유 업체의 국내 진출 영향도 있지만, 분유를 먹는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생존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시장 개척이 업계의 과제가 됐다”며 “많은 유업사들이 기존 사업을 벗어나 헬스케어나 케어푸드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매일유업이 환자식과 고령 친화식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신시장 개척의 일환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2월 환자식 전문기업인 엠디엘푸드사업과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부터는 병원 등 기업에 공급하던 기존 방식을 확장해 소비자를 겨냥한 신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수년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케어푸드 시장을 주목해 왔다”면서 “환자식·고령친화식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성인을 타깃으로 한 단백질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분유 생산을 줄이고, 단백질 음료로 생산라인을 확대했다. 매일유업은 2018년 ‘셀렉스’를, 일동후디스는 2020년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출시했다. 이유식 사업을 중단한 풀무원은 실버케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저출산 현상을 ‘성장의 기회’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실현한 기업도 나타났다. 부모가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골드키즈(Gold Kids)’가 주요 타깃이다. 하림이 대표적이다. 하림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골드키즈’라는 신시장이 열렸다”면서 “골드키즈를 타깃으로 기획한 제품인 만큼 제품군을 늘리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은 줄었지만, 고가 아동복 시장은 성장판이 열렸다.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현상의 반사이익을 노린 틈새 전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유소년인구(0~14세)가 2020년 632만명에서 2022년 594만명으로 감소하는 동안 아동복 시장 규모는 9120억원에서 1조2016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수요는 줄었지만,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완성도를 높여 가격을 올렸다는 얘기다.

아동복 시장에 진입하는 고가 브랜드도 잇따르고 있다. 150만원을 훌쩍 넘는 몽클레르 앙팡 패딩이 나올 때마다 품절 사태를 맞는 것도 고가 아동 브랜드에 집중된 소비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뉴발란스 등 익숙한 브랜드는 부모와 아이들의 ‘깔맞춤’ 패션을 내놓기도 한다. 샤넬, 버버리, 디올, 펜디 같은 명품 브랜드도 키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객 수의 감소는 뚜렷하지만,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이 열리면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물가로 소비가 양극화하는 것처럼 아동복 시장 역시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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