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건 용산 추월 1위 차지 가능성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기로 접어든 상황에서도 1000만원 이상 월세 시장의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에서 초고가 월세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용산구와 성동구 등 비(非)강남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급 주상 복합 아파트가 밀집된 성동구는 용산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1000만원 이상 거래는 178건으로 분석됐다. 180건을 기록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로는 용산구에서 1000만원 이상 월세 거래가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동구(48건), 서초구(37건), 강남구(36건) 등 순이었다. 서울 서대문구와 중구, 부산 해운대구, 대구광역시 수성구, 충청북도 청주흥덕구도 각각 1건이었다.
월세 금액별로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이 14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이 30건, 3000만원 이상 4000만원 미만 거래가 1건으로 집계됐다. 4000만원 이상 최고가를 기록한 월세 계약도 2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73㎡는 작년 7월 보증금 20억원에 월세 41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초고가 월세 시장에서는 서울 성동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국 초고가 월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로 2022년(19.4%) 대비 7.6%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산구의 비중은 전년(34.4%) 대비 5.7%포인트 하락한 28.7%를 기록했다.
작년 집계에서 용산구와 성동구의 격차가 1.7%까지 좁혀지면서 나란히 ‘투톱’ 자리에 올랐다.
용산구는 2010년대부터 재벌가와 연예인이 많이 거주하는 부촌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2011년 ‘한남더힐’, 2019년 ‘나인원한남’ 등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부촌의 지형을 바꿨다. 한남더힐의 경우 지난해 1000만원 이상 월세 계약이 10건 체결됐는데, 이 가운데 2000만원 이상이 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에는 전용 233㎡가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5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는 ‘신흥 부촌’ 후발주자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 ‘갤러리아포레’, 2017년 ‘트리마제’, 2020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초고가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부촌을 형성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제는 주거지가 하나의 ‘신분의 상징’이 되면서 전·월세 시장도 양극화되고 있다”며 “고액자산가나 고소득층은 목돈을 전세금에 묶기보다 사업·주식·코인 투자 등에 활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어 “용산구 부촌은 저층 위주인 반면, 성수동 부촌은 초고층에 서울숲과 한강 조망까지 갖추고 있어 주거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초고가 월세 시장은 연예인, 해외 주재원 등에 특화돼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일부 신축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최근 몇 년간 성동구 성수동에 초고가 주거 물량이 쏟아지면서 용산구에 집중됐던 수요가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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