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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지진 피해 살아남았지만…폭설·강추위에 첫 사망자 발생
“피난소 생활로 지병 악화·피로 등 ‘재해관련사’ 위험 커져”
2만8160명 대피·3345명 고립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지난 8일 사람들이 눈으로 덮인 지진 피해 지역을 걷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피난소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에는 폭설에 강추위까지 덮치며 지진 이후 피난소 등지에서 생활하는 피난민들이 건강 악화로 숨지는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까지 지진 사망자가 총 16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사망자 중 한 명은 와지마시 피난소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니치는 “와지마시 피난소 사망자의 자세한 상황은 불분명하지만, 피난소 생활에 따른 지병 악화와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사망하는 ‘재해관련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현재 이시카와현 내에서 피난소에 대피한 주민은 2만8160명, 도로 파괴 등으로 왕래가 어려운 고립 지역의 주민 수는 3345명에 달했다. 노토강진 직접 피해도 컸지만 이후 찾아온 강추위와 폭설도 피난민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노토강진은 한 해 가장 추운 시기인 새해 첫날에 발생했다.

강진 최대 피해지인 와지마시와 스즈시, 나나오시 등에서는 전날 최저기온이 0도 안팎까지 떨어졌다.

지진으로 도로가 끊긴 상황에서 적설량 10㎝를 넘는 많은 눈마저 내리면서 피난민에게 식량과 담요 등 필요 물자를 제때 전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9∼10일에도 최저기온 0도 안팎의 추위가 지속하고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강추위와 폭설 속에서 일주일 넘게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피로와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적지 않은 피난민은 지정 피난소보다 생활 환경이 열악한 비닐하우스 등에서 일주일 넘게 단전·단수 등을 견디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후에도 눈이 내리긴 했지만, 한겨울에 추위가 심한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것은 최근 일본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현은 이런 상황에서 피난민을 좀 더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으로 옮기는 ‘2차 피난’을 진행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노토반도 지진을 ‘격심재해(특별재해)’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 절차를 지시하며 호텔이나 여관 등 유휴 숙박시설을 빌려 피난소로 활용하는 기준도 조정할 의향을 표명했다.

이시카와현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현 안팎의 숙박업소를 2차 피난소로 삼을 방침이다.

이시카와현은 전날 2차 피난을 본격 시작했지만, 눈으로 도로 상황이 더욱 나빠져 와지마시와 스즈시 등의 이재민에 대해서는 이를 연기했다.

지진 발생 이후 피난 생활 과정에서 건강 악화가 원인이 돼 목숨을 잃는 재해관련사는 이전부터 과제로 지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사망자 276명 중 재해 관련 사망자는 221명에 달했다. 붕괴한 건물에 깔려 숨진 ‘직접사’는 50명가량이어서 재해관련사가 직접사의 4배를 넘었다.

또 여진을 피해 좁은 승용차 안에서 오래 생활하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항공기 일반석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심한 경우 혈액 응고 등으로 사망하기도 하는 증상)’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구마모토현이 재해관련사로 판정된 197명을 조사한 결과 70대 이상 고령자가 약 80%를 차지했으며 지병이 있던 사람도 90%가량 됐다.

하세 히로시 이시카와현 지사는 “과거 재해에서도 직접사보다는 재해관련사가 많았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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