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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유산’ 따라 떠나는 ‘방캠러’ 한국 여행…가심비·가성비 모두 채운다
문화유산 방문캠페인…세계유산 여행
유,무형 유산 56개 주제에 170개 스팟
등재 1주년 호남-영남 걸친 가야문화
남해안 관광벨트 조성 맞물려 붐업 조짐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청룡의 해, 2024년 ‘방캠러’(문화유산 방문캠페인 여행자)는 더 높게 난다. 올해는 호남에서 영남까지 펼쳐진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첫 돌을 맞는다. 이곳엔 때마침 남해안 관광벨트가 조성 중이어서 ‘방캠러’들의 시선이 모아진다.

지난해 9월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가 결정되자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영·호남 3개도 7개 시군 대표 등 문화유산 국가대표팀은 손에 손 잡고 만세를 불렀다. 내 나라 안에서 홀대받던 우리 고대 국가를 제대로 조명하고, 일부 식민 사학자들의 방해 공작을 뚫어낸 개가였다.

가야문화의 길-창녕 교동-송현동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의 왕성한 국제교류, 선진 철기문화, 독특하면서도 다채로운 유산 등을 근거로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가야연맹 소속 여러 나라들은 인도, 발해만의 낙랑, 당나라 장안, 태평양 입구인 구주(규슈), 해양 실크로드의 변곡점인 동남아 등과 교류는 물론 해외 거점을 개척해 문명들을 공유하며 더욱 키워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난 지금도 가야의 수정 목걸이는 감탄을 자아낸다.

가야문화의 길-1500~2000년전 놀라운 가야 예술, 수정목걸이
인도 출신 허황옥 왕후 덕에…가야문명 다채로워

가야는 탄생부터 한국-인도 국제결혼이 매개가 된다. 김해 김수로왕릉 쌍어문은 두 물고기 즉 금관가야 김수로왕과 인도 출신 허황옥 왕후가 한 곳을 향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 ‘가락’, ‘가야’는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물고기’를 뜻한다.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은 16세에 금관가야 김수로왕에게 시집왔고, 그녀의 후손들은 여러 가문으로 나뉘어 한국에 살고 있다.

사돈의 정을 신라가 승계해 573년 인도 왕실로부터 배 한 척 가득한 황금 선물을 받는다. 신라는 감사의 뜻으로 배가 도착한 울산 동구에 ‘인도의 동쪽’이란 뜻의 동축사를 세웠다. 신라 통일 후엔 인근 포구로 처용이 들어와 귀화한다.

동이의 후손 한국 남녀가 일본 중·북부, 중국 내륙 사람들에 비해 키 크고 멋진 이유를 허황옥과 처용에서 찾아도 무리는 없다.

김해 옆 창녕엔 비화가야의 교동-송현동 고분군이 세계유산 반열에 올랐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면 1700년 안팎 지났는데도 봉분이 깔끔하고 배치의 미학이 돋보인다.

창녕엔 가야 유적 말고도, 세계최초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우포늪(문화재청 천연보호구역)과 진흥왕 척경비, 부곡하와이 온천마을, 14만그루의 대숲 죽림쉼터, 청정생태 걷기여행길 ‘개비리길’ 등 여행자원이 많다.

가야문화의 길-14만 그루 대숲 창녕 죽림쉼터

창녕 서쪽 ‘다라국’ 합천은 석달전 세계유산에 등재된 옥전고분군 외에도,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영상이 만들어진 세계유산 해인사 및 대장경판을 가진 곳이다.

K-시네마 산실로 영화인들이 줄을 잇는 합천영상테마파크, 서울 청와대의 68% 크기로 똑같이 만들어 놓은 ‘합천청와대’, 용이 남쪽을 향해 날아가는 형상의 거대 합천호, 가야산, 황매산, 경남태백산을 가진 ‘명랑 요산요수’의 도시이기도 하다. 1100년전 만들어진 해인사 건칠희랑 정밀 조각좌상은 최근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가야문명의 길 여행중, 합천호를 내려다보는 로우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면 금상첨화겠다.

문화유산청이 될 문화재청과 역할-위상이 높아질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방문캠페인(방캠)이 2024년에도 이어진다.

인문학여행에 먹거리,놀거리를 곁들이며 지혜로운 삶의 영감까지 얻는 문화유산 방문은 ‘여행의 끝판왕’이라 할 만 하다. ‘방캠러’가 청룡의 해에 떠날 곳을 짚어보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 대릉원
한국의 세계유산 16건…그리스와 비슷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면, 가이드는 ‘이번 패키지의 하이라이트’라면서 “이곳은 유네스코 유산입니다”라고 자랑한다. 우리나라에도 유형·무형 세계유산은 등재 주제별로는 56건, 개별 스팟은 170여곳이나 있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16건으로, 그리스,체코와 비슷하다. 등재 순서는 ▷경주 석굴암-불국사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 ▷서울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서울-경기 조선왕릉 40기 ▷안동 하회, 경주 양동마을 ▷경기 광주 남한산성 ▷부여-공주-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 ▷산사,한국의 산지승원(공주 마곡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양산 통도사) ▷한국의 서원(영주 소수, 함양 남계, 경주 옥산, 안동 도산, 장성 필암, 달성 도동, 안동 병산, 정읍 무성, 논산 돈암서원) ▷한국의 갯벌(자연유산: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갯벌) ▷가야고분군(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령 지산동, 경남 고성 송학동,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창녕 교동-송현동, 합천 옥전 고분군) 등이다.

제주 설화와 자연의 길-당처물동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22건)은 ▷서울 종묘제례 및 종묘 제례악,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해녀문화 ▷씨름 ▷연등회 ▷한국의 탈춤이다.

세계기록유산(18건)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광주,전남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남해안 충무공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한국의 유교책판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부산 일대 조선통신사기록물 ▷4.19혁명기록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있다.

왕가의 길-청와대를 방문한 해외 여행사 대표단
방캠 코스 10곳…큐레이팅으로 더 풍성하게

방캠 10개 코스는 ▷수도권 ‘왕가의 길’ 1, 2코스 ▷‘가야 문명의 길’ ▷경주-안동 ‘천년 정신의 길’ ▷공주-부여-익산 ‘백제고도의 길’ ▷전북-전남 소릿길 1, 2코스 ▷제주 ‘설화와 자연의 길’ ▷중부지방을 횡단하는 서원의 길 ▷7개의 세계유산 사찰을 돌아보는 산사의 길 ▷고성에서 울진까지 ‘관동 풍류의 길’ ▷선진 구석기 유물 ‘주먹도끼’가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경기-강원 북부 ‘선사 지질의 길’ 등이다.

선사지질의 길-연천 주상절리 협곡여행

문화유산 방문 여행은 몇 개 코스의 거점을 여행지 간 거리를 기준으로 선택한 후 맛집과 좋은 숙소를 연결하면 후회하지 않을 여행이 될 듯 하다.

예컨대 가야문명 여행은 창녕 우포늪과 고분군을 거닐다가 부곡하와이에서 온천 테라피로 1박을 한 뒤, 방캠 홍보대사 김민하 배우의 탐방 영상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합천 해인사와 영상테마파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합천호를 굽어보는 카페에서 ‘물멍’ 힐링을 하는 식이다.

백제고도 여행은 공주 공산성과 마곡사의 인문학을 살펴본 뒤, 익산 아가페 정원에서 청정휴식을 취하다 인근 황등장터에서 소고기 국밥, 육회 만찬을 한다. 이튿날엔 세계유산 왕궁리 유적을 거닐며 서동임금(무왕)의 기막힌 지혜를 엿보고, 미륵사지 연못에 비친 인스타그래머블한 석탑 데칼코마니 사진을 건진다. 가까운 완주의 사적 위봉산성, 오성제와 한옥마을 등 ‘방탄소년단(BTS)성지’ 탐방을 곁들여도 되겠다.

관동풍류의 길- 국보 되는 삼척 죽서루

관동제1루 삼척 죽서루의 국보 승격이 예고되고, 평창 발왕산 정상 5000년 주목산책길이 ‘한국관광의 별’에 오르면서 볼거리가 더 많아진 관동풍류의 길은 7번 국도가 막히지 않아 1박2일로 울릉도-독도를 지킨 대풍헌의 울진부터,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평창의 문화유산과 즐길거리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겠다. 때마침 2018년의 대성공을 추억하는 ‘청소년 동계 올림픽’이 이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에도 방캠은 국민 여행단과 함께하는 소릿공감, 관동풍류, 산사,서원 스테이 등 인문학 여행패키지를 더욱 확장된 모습으로 선보인다. 문화유산 축전, 문화유산 미디어아트, 궁중병과, 조선의 K-뷰티 화협옹주에디션 등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체험형 콘텐츠 역시 더욱 풍요로워진다.

런던 문화유산 방문캠페인 행사 현장. 궁중음식 타래과오미자 시식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방문캠페인 여권을 들고 다니는 ‘방캠러’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뭔가 남아야 여행이지.” 알고보면 ‘방캠러’들은 가성비-가심비에다 교훈까지 얻어가는 최고 실속파 관광객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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