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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영건설發 자금경색 우려...캐피탈·HUG ‘좌불안석’
부동산PF 대출 늘려온 캐피탈 유동성 우려
보증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 부담도 확대

11일 워크아웃 승인을 앞둔 태영건설이 채권단 설득에 난항을 겪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확대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정부와 한국은행,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은 8일에도 태영그룹에 추가 자구안을 내놓아야 워크아웃이 이뤄질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동산PF 대출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캐피탈사의 유동성 위기 우려와 함께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담 확대 전망도 나온다.

▶전세사기로 자금난 HUG, 태영으로 더 어려워질 수= 8일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시공을 맡은 분양 아파트는 전국에 총 22개 단지, 1만9871가구 규모다. 22개 사업장 중 14곳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어 문제가 생기면 보증으로 수분양자들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나머지 8곳도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하거나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분양보증에 가입된 곳은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진행하거나 필요한 경우 HUG가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남은 공사를 이어가 입주까지 책임질 수 있다. 다만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HUG 주택 분양 보증을 통해 기존에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할 수도 있다.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 환급 절차 이행이 가능하다.

HUG는 ▷시행사가 부도·파산한 경우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보다 25%포인트 이상 차이날 경우 ▷실행공정률 75%이상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공사 지연될 경우 ▷시공자가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 4가지 상황을 분양보증사고로 규정한다.

공사 중단에 따라 환급 이행으로 흐를 시, HUG는 해당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HUG의 재정난이 심각해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우선 최근 고금리·고물가에 수 년 전 기존 시공사와의 특정 조건에 맞춰진 사업장을 현재 시점에서 참여하려는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HUG가 분양대금을 돌려준 이후 다시 공매에 나서고, 자금 회수까지의 시차도 상당하다. 실제로 올해 HUG가 공매로 내놓은 ▷제주 조천 레이크샤이어(2020년 보증사고) ▷대구광역시 북구 복현동 416-2(2020년 보증사고) 등은 보증사고 처리 사업장으로 분류된지 수년이 훌쩍 흐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가뜩이나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보증금을 대신 갚아 재무여력이 크게 악화된 HUG의 재정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HUG는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갚아 주는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며 지난해 4조9000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HUG는 지난 2021~2022년 한 건도 없었던 분양보증사고 사업장이 지난해 12곳으로 급증, 보증 금액만 벌써 8500억원에 이른다.

▶부동산PF 규모 키운 캐피탈사 자금조달 어쩌나= 부동산PF 시장이 위축되면 여기에 투자했던 캐피탈사의 자금 부담도 커진다. 제2금융권 중에서도 특히 캐피탈업계가 최근 부동산 PF규모를 키워 실적을 올리면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태영건설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1조6000억원이다. 이 중 캐피탈은 652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캐피탈사가 고객 자금 예치 없이 오로지 채권으로만 자금을 조달해 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시장이 좋아지면 캐피탈채가 좋아지고, 반대로 시장이 악화되면 상황이 빠르게 반영된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캐피탈채 규모는 2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1분기 만기 도래 분량은 14조9000억원, 2분기는 13억8000억원 규모다.

이들 캐피탈채의 경우 단기채권의 비중이 커 이자도 쉽게 불어난다. 현재 만기가 6개월 남은 캐피탈채의 단순 평균 금리는 3.30%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A+ 여신전문채권(여전채) 1년물 평균 금리가 4.9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캐피탈사들은 채권 만기 연장을 위해 5%에 가까운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캐피탈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여신금융협회는 자료를 통해 “캐피탈업계 PF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 업계 총 자본은 33조2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캐피탈업권의 유동성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캐피탈업권의 유동성비율은 2022년 4분기 202.0%에서 지난해 3분기 158.3%로 대폭 줄었다. 손실흡수능력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또한 같은 기간 146.7%에서 129.3%로 저하됐다.

고은결·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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