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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시즌 꽃값 부담에 ‘인형·비누 꽃다발’ 찾는다
학부모 대체품 사고 직접 제작도

서울 양천구에 사는 류모(40) 씨는 최근 분홍색과 연보라색, 초록색 등 털실을 여러개 구매했다. 자녀 두 명에게 줄 졸업 축하 꽃다발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다. 류씨의 자녀는 각각 이달 내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류 씨는 “큰 딸과 작은 딸의 졸업식이 일주일 정도 차이 나는데, 꽃다발 하나로 졸업식을 가자니 꽃이 시들 것 같고 꽃다발을 두 개 사려니 꽃값이 너무 비싼 것 같았다”며 뜨개질로 꽃다발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초·중·고교 등 각급 학교의 졸업식 대목을 앞두고 꽃값이 급등해 꽃다발 ‘대체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1~8일 절화(판매용으로 뿌리를 자른 꽃) 안개꽃의 평균 가격은 2만2796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만9751원으로, 1년 전보다 15.41% 올랐다. 올해 졸업식 시즌에 기본 꽃다발 가격이 5만원대로 형성된 이유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안모(44) 씨는 5일 인터넷으로 2만원대의 비누 꽃다발을 주문했다. 동네 꽃집에서 3만원대의 졸업식 꽃다발은 더이상 팔지 않는다고 해서다. 안씨는 “꽃이 풍성해 보이지도 않았는데 꽃가게에서는 5만원부터 부르더라”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안씨는 “솔직히 졸업식 꽃은 사진 한 번 찍고 나면 쓸모가 없어지지 않느냐”며 “생화가 물론 예쁘지만, 빈약한데 비싼 생화 꽃다발보다 풍성한데 저렴하기도 한 비누 꽃다발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모(36) 씨는 지난주 집 앞에 있는 꽃집에 들러 인형 꽃다발 하나를 예약했다. 양씨의 자녀는 2주 뒤 유치원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양씨는 “딸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쿠로미’ 캐릭터 인형을 가운데에 두고 주변을 꽃으로 장식해 달라고 꽃집 사장님께 부탁했다”며 “인형 꽃다발은 일반 꽃다발보다 훨씬 싼 데다 풍성해 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 가성비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61) 씨도 고공행진하는 꽃값에 비누 꽃다발과 인형 꽃다발 등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했다. A씨는 “요즘 꽃 주문량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정작 생화 꽃다발은 잘 안 팔린다. 생화를 찾는 사람은 이전보다 30% 정도 줄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생화 값이 지난해부터 많이 뛰긴 했지만 판매가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면서도 “수익이 고민이긴 하다. 그렇다고 판매가를 올리면 (생화 찾는) 손님이 지금보다 더 줄 것 같아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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