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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승연애3’ 논란 지운 건 연애기간보다는 희생하는 사랑의 힘[서병기 연예톡톡]
사람들은 왜 빠져들었나?
13년 서사='사랑은 희생이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가 매력 발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즌2가 너무 흥행에 성공해 시즌3도 잘 될 수 있을까를 의심했다. 게다가 이진주 PD·염미란 작가 등 시즌1·2를 일궈낸 제작 멤버들이 모두 바뀌었다.

하지만 시즌3가 3회까지 공개되면서 포텐이 터졌다. 역시 X와 한 공간에서 한 달간 생활한다는 건 강렬한 차별적 환경이며, 복합적 감성 제조를 가능하게 한다.

'환승연애'는 헤어진 커플들이 나온다. 그런데도 사랑의 마음은 칼로 무를 자르듯 한번에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내 마음'(출연자)이 어디로 갈지를 체크하면서, 동시에 X의 마음까지도 신경을 쓰게 된다. 게다가 X에게 가까이 가는 이성에 대해서도 전략을 강구하게 된다.

지난 5일 공개된 2~3회에서는 유정은 룸메이트 다혜에게, 도너츠를 사러 함께 갔던 동진 이야기를 계속 한다. 다혜가 동진의 X라는 사실을 모르는 유정은 "(동진은) 군대 있을 때 라붐 좋아했대" 등등 데이트 얘기를 했다. 다혜는 티를 낼 수 없어 그냥 듣고 있었다. 속으로는 "웃기고 있네.. 베스티 좋아해놓고..."라고 했을 것이다.

X가 써준 자기소개서를 혼자 있을 때 계속 음미하게 되는 것도 '환승'만이 가진 '완승' 요소다. '당신의 X는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자도 신경이 쓰인다. '음성 사서함'으로 X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다. 동진은 X가 보내준 이별택배 상자를 아예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지 않나.

2~3회에서 공개된 송다혜와 서동진의 사랑이야기는 단숨에 관심을 끌었다. 연예인(SM아카데미 음악 학원 연습생)이라 출연 자체가 연예 활동에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걸그룹 논란마저 지워 버렸다.

그것은 13년이라는 장기연애기간때문만은 아니다. 13년이라는 단어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속에 희생하는 사랑의 미덕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희생을 가능케 하는 숭고한 사랑이 엿보였다.

쿨한 만남이 대세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사랑도 세련됨으로 포장되는 이 시대에 이렇게 오래 만난 것뿐만 아니라 상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줄 아는 미덕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헤어진 이유마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서사에 빠져들었고 "맞아, 나도 그 때는 바보 짓 했지" 하며 공감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이는 마치 로맨스 드라마가 중단 없이 지속되는 이유와도 같다. 한마디로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같은 회사 연습생으로 만난 송다혜와 서동진은 연애를 하다 회사에 들켰다. 둘 중 한 명이 회사를 나가야 된다고 했다. 동진은 "저한테는 그 꿈이 굉장히 소중했다. 근데 제 꿈 못지않게 다혜의 꿈도 너무 저한테 소중했기 때문에 제가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혜는 걸그룹 생활을 끝내고 솔로가수, 배우,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을 때도 동진은 여전히 숨은 서포터 역할을 해오다, 이별을 선언했다. 10대부터 20대 기간 전부, 30대초반까지도 누구의 애인인지 알 수 없게 숨은 데이트를 하며 산다는 건 사랑과 희생 정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홍길동도 아닌데, '애인'을 '애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13년이나 그림자처럼 살아야 했을까.

게다가 동진은 아이돌이라는 꿈을 다혜때문에 접었다. 진로가 바뀌었다. 이제는 아버지 일을 도와주며 사업체를 꾸려가는 모양이다. 다혜는 "X 입장에서는 큰 결심을 한 거다. 그 결심을 하는 데 있어서 본인은 없었다"면서 "(동진이)계속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둘 중의 한 명이라도 안정적이어야 되지 않을까 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동진은 13년을 만난 다혜와 왜 결혼하지 않고 "여기서 끝내자"고 말했을까? 이들의 연애 서사는 앞으로 더 나올 것 같다. 다혜는 어쩔 수 없이 동진의 결별선언을 받아들이고 '환연'에 나왔다.

하지만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다. 다혜는 시즌1의 보현보다 더 많이 운다. 그 눈물은 미안함의 눈물이며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의 표시다.

다혜와 동진의 사랑 서사를 보면, '연예인'의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임을 알 수 있다. 마음씀씀이가 보인다. 시청자에게 "여러분의 연애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 같다. 이는 한국적 정서에서는 특히 잘 먹힌다.

'연프'(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차별성이 확보되고 있다. '솔로지옥'은 비주얼, 세련, MZ감성이라면, '하트시그널'은 청순, 만만치 않은 스펙과 직업, '나는 솔로'는 현실적인 결혼용이다. '환연'은 판타지는 적지만 감정이입이 가능한 서사가 포인트다.

'환연'은 남녀가 헤어진 이유와 다시 만나는 모습들이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진정성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연프'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커플이나 출연자는 분량이 안나올 수밖에 없다. 시즌2에서 해은의 눈물은 진정성이 있었기에 눈물만 흘리고도 가장 많은 분량을 확보했고, 현규 왕자를 만나면서 많은 응원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환연' 시즌3도 벌써 공감할 준비는 끝났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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