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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들은 동해안 일출 보지만…나는 박물관 ‘용 보러’ 간다 [요즘 전시]
국립중앙박물관 용을 찾아라展
용 관련 작품 15점 전시
운룡, 조선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동해안에서 일출을 보고 떠들썩하게 새해를 맞는 것도 좋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박물관에서 용의 상서로운 기운을 받는 건 어떨까.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을 찾아라’ 전시가 진행 중이다. 1~3층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작품 15건을 감상할 수 있다.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의 배, 잉어의 비늘, 매의 발톱, 호랑이의 발까지….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재앙을 물리치는 신성한 존재였다.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왕실에서는 제왕의 상징으로, 불교에서는 불법 또는 국가의 수호자로, 민간에서는 물을 다스리고 재앙을 다스리는 신령스러운 동물이었다. 특히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자다. 백호·주작·현무를 비롯한 사신(四神)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유로 용은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과 그림,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까지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강서대묘 청룡, 고구려 6세기 후반(1930년 무렵 모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우선 고구려실에서는 고구려 고분인 강서대묘에서 ‘청룡도’를 만날 수 있다. 고구려 사람들은 죽은 자가 영원히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덤을 둘러싼 네 벽에 동서남북 방위를 다스리는 사신을 그렸다. 큰 눈에 긴 혀를 내밀고 있는 그림 속 청룡도는 널방 동쪽 벽에 그려진 그림으로, 무덤의 주인을 지키는 사신(四神)의 오랜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의 용 그림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위에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신비한 용의 기운이 그림 밖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그림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옛사람들은 건물 입구에 용호도를 붙여 1년 내내 재앙을 피하고 행운을 바랐다.

진재기, 용을 타고 나는 소사, 조선 18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고사인물화보첩’에 담긴 ‘용과 봉황을 탄 선인’ 그림도 만날 수 있다. 보름달과 북두칠성이 빛나는 어느 밤, 진나라 사람인 소사가 부는 퉁소 소리를 듣고 봉황이 찾아들었다고 한다. 소사와 그의 아내가 각각 봉황과 황룡을 타고 있는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그림 속 모습이 신비롭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등장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조선 18세기 후반 왕실 항아리인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에는 코발트 안료로 그려진 위풍당당한 오조룡이 등장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바람을 거슬러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나란히 전시된 ‘백자 철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와 대비된다. 이 백자에는 적갈색의 용이 날아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용의 얼굴과 다리가 과감히 생략됐다.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 조선 18세기 후반.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품의 위치와 목록은 홈페이지 또는 전시장 키오스크에서 QR 리플렛을 다운받으면 확인할 수 있다. 각 전시품 옆 QR 코드로 보이지 않는 뒷면, 비교 작품 및 CT사진 등도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7일까지. 무료.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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