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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안 낳으니 개가 미래” 삼성이 동물병원 노리는 사연 [비즈360]
이건희 선대회장 ‘신수종’ 헬스케어 대표기업
삼성메디슨, 동물 의료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반려시장 확대에 AI 프리미엄 제품 강화
지난해 연 매출 5000억원 돌파 유력
삼성메디슨이 지난해 10월 열린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제33회 연례 학술대회(ISUOG 2023)에 참가한 모습 [삼성메디슨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아기를 위한 유모차보다 반려견을 위한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리는 시대다. ‘출산율 0.7명’이라는 전세계 최악의 저출산이 여러 산업군을 위협하는 가운데, 산부인과에 제품을 공급하던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 역시 해법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초음파 기기를 주력으로 제조하는 삼성메디슨이 대표적이다. 다가올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반려동물 시장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삼성메디슨은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을 공략 타깃으로 본격 정했다.

삼성메디슨은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 공략을 위한 TF를 만들고 전략을 짜고 있다. 동물용 초음파 제품군을 보급형뿐 아니라 전문병원용 프리미엄 제품군까지 총 9종으로 강화했다. 이전까지 동물용 초음파는 다소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위주였지만, 최근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메디슨이 주력하고 있는 AI 진단 보조기능을 더해, 몸집이 작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도 더욱 또렷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자동 측정 기능을 통해 복잡한 혈류를 좀 더 수월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동물용 초음파 제품 RS85 프레스티지 [삼성메디슨 제공]

글로벌 학회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물용 초음파 제품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수의영상학회(IVRA-EVDI 2023 Joint Scientific Conference)및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유럽수의내과학회(ECVIM-CA Annual Congress)등에 참여했다. 전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자사 동물용 초음파 제품군의 동물 진단 전용 AI 기능을 시연하고, 판매처 확대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고 육성했던 곳이다. 2011년 삼성에 인수된 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약 10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21년 83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17.2%까지 급증했다. 매출도 2020년 3084억원, 2021년 3984억원, 2022년 4851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956억원을 기록, 무난히 연매출 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메디슨의 주요 무기는 초음파기기다.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태아의 갈비뼈, 어깨뼈 등 근골격계를 3D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초음파 기술 ‘크리스탈 뷰’를 선보인 후로 글로벌 초음파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매년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프리미엄 초음파기기 V8, 고급형 V7에 이어 올해 7월에는 중급형 신제품 V6를 출시했다. 초음파기기 세계 시장에서 삼성메디슨의 점유율은 약 6%다.

초음파기기는 영상의학과·정형외과·심장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쓰이지만, 가장 수요가 높은 곳은 단연 산부인과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산부인과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산부인과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메디슨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동물 시장은 삼성메디슨이 주목하는 대안 중 하나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602만 가구로 전체의 25.4%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펫케어 시장은 지난해 3조2500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반려동물용 유모차인 이른바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 판매를 사상 처음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개발된 삼성메디슨의 차세대 초음파 영상처리엔진 ‘크리스탈라이브’ 적용 전후 비교 [삼성메디슨 제공]

한편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 AI 기능을 접목한 진단 기술도 삼성메디슨만의 차별점이다. 지난해 국내 대형병원에 AI 기술 기반 진단 보조기능을 탑재한 프리미엄·고급형 제품 공공입찰에 성공했고, 3분기에는 인도, 튀르키예 등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입찰을 수주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2020년부터 인텔과 협력해 자사 초음파 진단 기술에 AI 신경외과와 산부인과 등 각종 초음파 진단 기술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신형 모델에는 고가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없이 인텔 코어 울트라만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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