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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거래소 생기면 밤 9시까지 주식거래 가능” [헤경이 만난 사람-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이르면 4분기 시범거래, 내년초 출범
거래소 유조선이라면 ATS는 쾌속선
가볍고 빠른 시스템, 기민하게 대응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모바일로 주식을 간편하게 주문하면서 주식거래 환경은 역동적으로 변했습니다. 일찍이 해외 선진시장은 복수 거래소와 많은 대체거래소(ATS)가 등장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4시간 거래 서비스를 포함해 주식·채권·펀드·ETF·파생상품·외환·비상장주식·토큰증권까지 다양한 상품도 거래됩니다. 이제 한국도 ‘퇴근해서 저녁에 여유있게 투자하자’, 이런 새로운 선택지를 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한국 증시에서 거래소의 68년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등장한 국내 최초의 ATS인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초대 수장인 김학수 대표는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투센터에 있는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투자자들에게 더 빠른 매매속도,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해 3년내 주식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2거래소 ‘넥스트레이드’ 6월까지 시스템 구축=한국 자본시장은 1956년부터 70년 가까이 한국거래소(KRX) 독점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넥스트레이드의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의결하면서 거래소 독점구조가 깨지게 됐다. 넥스트레이드는 올해 6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4분기엔 시범 거래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는 삼성전자 등 상장 주식을 KRX가 아닌 제2의 거래소에서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만큼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더 나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선진 인프라를 구축해야 자본시장 역동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금융위에서 산업금융과장·자본시장과장·자본시장국장·금융서비스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도 꼽힌다. ATS 설립 근거도 그가 자본시장과장 시절 직접 구상하고 마련한 제도다. 국장시절에는 점유율 규제 완화를 위해 시행령도 개정했다.

금융당국의 유일한 인가를 받은 만큼 순항을 예상하지만 김 대표는 “우리는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매일 도전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생소한 ATS 개념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직원 채용, 시스템 개발, 업무 협조 등 김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없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좁히는 일 역시 그의 주요 업무다.

김 대표는 “오랜 기간 단일 시장 체제에서 새로운 제도와 인프라를 까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며 “한국거래소는 70여년이라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우리는 사실 그런 레거시가 없는 정말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회사다. 하지만 거래소가 가지지 못하는 장점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시장 경쟁으로 서비스 개선 약속”=거래소 간 서비스 경쟁이 이뤄지면 투자자들의 편익도 커질 전망이다. 주식을 거래할 때 한국거래소에 지불하는 거래수수료(거래대금의 0.23bp)도 저렴해질 수 있고 호가 방식도 ‘중간가호가(매도와 매수의 중간가격에 체결) 등으로 다양해질 수 있다. 특히 야간거래로 거래 시간이 늘어나 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밤 9시까지 매매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과 겹쳐서 일과 시간에 투자하려면 참 눈치 보이는 게 많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만일 야간까지 거래시간이 길어진다면, 가족들과도 주식 얘기 나누고 여유롭게 투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그려볼 수 있지 않겠냐”면서 “24시간 동안 운영하면 좋겠지만 아직 전반적인 인프라 여건에는 한계가 있어 밤 9시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당국·유관기관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형 모델’을 찾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대체거래소를 도입한 주요국도 찾아다녔다. 해외 선진시장은 일찍부터 복수 거래소와 많은 ATS가 출현해 시장 간 경쟁체제가 구축돼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8%, 유럽에서는 18%, 일본에서는 8%의 증권 거래가 ATS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62개, 유럽은 142개, 일본은 3개가 운영 중이다. 한국은 정부 인허가가 필요한 포지티브(사전규제)방식이기 때문에 김 대표는 환경이 비슷한 호주, 일본 사례를 참고해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호주 대체거래소는 금융위 과장 시절 ATS 제도 구상을 위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며 “최근에도 방문해 10년 전 만났던 관계자와 만나 어떻게 시장 점유율 10%대까지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 관계자가 말하기를 ‘우리도 작게 출발했지만 주식 외에 새로운 금융상품(자체 상장 ETF)을 선보이면서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밖에 거래할 수 없지만 차츰 다양한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군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의 대체거래소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동경증권거래소가 사실상 지배사업자인 구조에서 1998년 PTS(proprietary trading system)라는 대체거래소가 도입돼 시장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 대체거래소 중 재팬넥스트(Japannext)는 시장 운영시간이 오전 8시20분부터 익일 6시까지로, 사실상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오사카디지털거래소(ODX)는 디지털자산 전문 ATS다.

김 대표는 “야간 거래를 우리의 차별점을 삼은 만큼 일본의 ATS 사례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야간에 안정적으로 시스템 운영할 수 있는지 스터디도 하는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ETF, 비상장주식, 토큰증권 등이 거래될 수 있도록 거래상품 다양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린 쾌속선...시장에 더 기민하게 대응”=김 대표는 한국거래소와의 차별점에 기민함을 꼽았다. 한국거래소와 달리 매매 체결 업무만 하기 때문에 가볍고 빠른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청산결제, 시장감시 기능을 한국거래소에서 수행해주기 때문에 거래소보다 시스템도 가벼운 편이다. 상대적으로 인력도 인프라도 거래소에 비해 소규모겠지만 “그래서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김 대표는 “거래소가 거대한 유조선이라면 우리는 ‘쾌속선’”이라며 “거대한 배는 모든 걸 다 실을 수 있는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려면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빠르다“고 설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첫 단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겠지만 핵심적인 서비스는 확실하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자체 ETF 등 다양한 어떤 상품들을 취급할 수 있는 잠재력 또한 갖고 있다”면서 “어떻게 현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의 혁신 촉진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시장과도 더 긴밀하게 소통할 방침이다. 넥스트레이드의 차별화 전략 중 하나인 주식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위해선 거래와 시장 감시 기능을 맡은 한국거래소와 결제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대표는 “평균 거래 대금 20조 원의 주식시장에 한국거래소 단일 체제가 아닌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누구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일도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하니 ‘각론’에서 이해 관계가 엇갈리기도 한다. 당국과 시장 모두 긴밀하게 소통하며 ‘3년 안에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유혜림·신동윤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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