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634년을 선고받은 갱단 우두머리 페를라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전세계에서 살인 범죄가 가장 많기로 이름난 중미 엘살바도르가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으로 1년만에 살인 범죄가 70%나 줄어드는 성과를 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심증만으로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주거지를 수색하는 등 인권 침해 논란도 크다.
4일(현지시간)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라프렌사그라피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살인 범죄 발생 건수가 154건으로, 2022년의 495건보다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엘살바도르는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의 살인 범죄가 일어나 전쟁과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기록한 바 있는데, 지난해는 그 50분의 1 수준인 인구 10만명 당 2.4건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엘살바도르는 이제 공식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됐다"고 썼다.
구스타보 비야토로 엘살바도르 법무부 장관도 전날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 중 살인 범죄가 가장 적은, 역사적인 기록"이라며 "미주 대륙에서 캐나다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켈레 정부의 정책적 효과라고 자평했다.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지 1년 만에 범죄율을 15% 이상 낮췄던 부켈레는 2019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갱단 소탕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우면서 군과 경찰 등을 동원한 강경책을 쓰고 있다. 정부는 2022년 3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남미 최대 규모 수용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를 세워 수감자들을 한꺼번에 가두는 모습을 수시로 공개하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23명을 살인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갱단 ‘살바트루차’의 우두머리 아마데오 에르난데스 페를라에게 징역 634년을 선고하는 등 강력한 처벌도 병행하고 있다.
지독한 범죄에 지친 국민들은 부켈레 대통령에 대해 80∼90%대의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다음 달 4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가두거나,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등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는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이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 가지고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수감자는 7만5000여명에 이르는데, 이중 약 7000명은 석방됐다.
엘살바도르식 치안 정책이 범죄율을 낮추는 효과를 보자 주변국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곳의 대규모 교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엘살바도르 정부에서 지은 것과 완벽히 같은 목표를 가진 감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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