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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면 서울로”?…이재명 헬기 이송에 부산시민·의료계 ‘원성’
헬기이송 특혜 논란 속…야당 대표 ‘서울 만능주의’ 비판
부산시민들 “급하면 서울 가야겠단 생각 뿐…열패감까지”
의료계 “무조건 빅5로 향하는 현실 보여줘 씁쓸”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부산이 제2의 도시인데 여기 병원을 못 믿고 무조건 서울 간다고 하면, 나머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요.”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병원) 가자’ 라면서 지방의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응급처치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을 두고 부산 시민들과 의료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소방헬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번지자 병원과 소방 측은 이를 진화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지방의료 붕괴를 목격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다.

앞서 이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도중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흉기로 피습당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이후 헬기로 서울로 이동, 서울대병원에서 피습 5시간 만에 혈관 봉합 수술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 측은 서울대병원 전원에 가족과 민주당 당직자 등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고, 양측 병원이 소방청과 헬기 이송을 협의해 최종적으로 전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우수하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상위 의료진이 포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상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 다양한 수술 케이스를 보유한 부산에서 수술이 가능한데도 헬기까지 동원해 서울로 전원한 것이 ‘서울 지상주의’를 내비쳤다는 비판 지점이 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최모 씨는 “부산에서 제일 큰 병원에서도 수술을 못 한다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당황스러웠다”면서 “급박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나 역시도 소중한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리면 무조건 서울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부산시민 이모(40) 씨는 “새해에 부산 민심을 듣겠다며 왔던 정치인이 정작 급하니 서울로 가는 게 먼저라며 떠나버린 것 아닌가”라며 “일반 시민들은 소아과나 응급실 ‘뺑뺑이’로 난리인데 응급도 아닌 상황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닌지 괜한 열패감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선 수술 이후 회복과 병상에서의 당무 등을 고려한 전원 결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서도 “응급 상황인 것을 감안해야겠지만 부산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더 정치적인 메시지로서 좋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고 하고, ‘지방의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쓰면서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의사 입장에서 보면 내정경맥 손상이 확인되면 즉시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했다”면서 “이번 일은 응급 상황에서 전문가인 의료진 의견을 무시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결정을 내리면 어쩔 수 없이 의료진은 따를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환자가 무조건 서울, 그것도 ‘빅5’로 향하는 우리나라 의료 전체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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