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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봉 40% 올려도 사람이 없어” 일본 반도체, 30년 만에 부활 가능할까 [김민지의 칩만사!]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4월부터 입사하는 신입사원 초봉 40% 올려주겠다.”(도쿄일렉트론)

반도체 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이 임금 인상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초봉을 단번에 40% 올릴 정도로 인력 경쟁이 치열합니다. TSMC, 라피더스 등이 건설 중인 신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반도체 인력난은 더 심해질 전망입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던 전통 소부장 기업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 계획에 대해 전세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입니다. 30년 간 멈췄던 일본 첨단 반도체 시계가 갑자기 돌아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칩만사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인력 현황과 미래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월 300만원도 안되던 日 반도체 초봉…7년만 40% ↑

니혼게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릭(TEL)은 올 4월 입사하는 모든 신입사원의 월급을 8만500엔(한화 약 79만원)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TEL이 초봉을 인상한 건 7년 만입니다.

TEL은 글로벌 5대 장비 기업 중 하나입니다.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 램리서치, ASML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초봉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이번 인상이 이뤄진 후에야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한 신입사원의 월급이 모두 30만엔(한화 276만원)을 초과하게 됐을 정도 입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TEL)의 제조 공장 내 모습.[TEL 유튜브 캡처]

닛케이아시아는 “TEL은 상반기 및 하반기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 해외 경쟁사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일본 내 해외 경쟁사들 대부분의 초임 월급이 30만엔을 초과하고 있어, 명시한 초봉 만으로는 경쟁사 대비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초봉 인상과 함께 채용 규모도 늘릴 계획입니다. 올 초 시작되는 TEL의 채용 인원은 400명으로 전년 대비 50명 가량 늘어나고, 수년 내 500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본 반도체 인력의 평균 연봉은 산업 규모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일본의 한 구직사이트에 따르면, 반도체 설계 인력의 평균 연봉은 400만~500만엔(한화 약 3600만~4500만원)입니다. 지역별, 직무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국보다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잃어버린 30년’ 때문입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반도체 산업은 전세계 톱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침체, 미국의 규제 등으로 삼성전자에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이후 최근까지 기술 부진이 이어지며 관련 인력 임금도 오랜 기간 동결됐습니다. 일본은 여러 강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발달하게 됐고, 대형 반도체 기업이 사라지면서 임금 수준이 개선되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 건설 현장[교도통신]
TSMC·라피더스 공장 양산 코앞…임금 인상 ‘도미노’ 불가피

이번 TEL의 초봉 인상을 시작으로 일본 주요 소부장 기업들의 반도체 인력 쟁탈전이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현재 일본 곳곳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공장들이 건설 중인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반도체 인력 몸값 상승 도미노가 불가피합니다.

가장 먼저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공장이 내달께 개소식을 열 예정입니다. 내년 말 양산 시작이 계획인데, TSMC조차 일본 내 반도체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선 급한 불은 현지 대만 인력으로 채웠습니다. 현재 TSMC 구마모토 현장에는 대만에서 온 인력 400여 명을 포함한 14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에는 250여 명이 신규 입사할 예정입니다.

TSMC는 앞서 채용 공고에서 지역 반도체 업체들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인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2022년 채용 당시 제시한 연봉은 대졸자 초임은 28만엔(한화 약 267만원), 석사 수료시 32만엔(약 305만원), 박사 수료시 36만엔(약 343만원) 등입니다. 올해 입사자들은 이와 비슷하거나 소폭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 부활’이란 사명을 안고 출범한 일본 라피더스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습니다. 라피더스는 2022년 8월 소니, 도요타자동차, 덴소, 키옥시아, NTT, NEC, 소프트뱅크, 미쓰비시 UFJ 은행 등이 합작해 만든 파운드리 회사입니다. 현재 홋카이도에 신공장을 건설 중인데, 양산 시기에 맞춰 파운드리 인력을 대거 모집할 계획입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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