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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관광객 다시 북적이는 서울 명동, ‘바가지’ 낙인 찍힐까 전전긍긍
명동 노점, SNS 통해 필수 관광코스로 떠올라
생소한 메뉴 가격 너무 높아
노점 협의체 구성 등 자정 노력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외국인 관광객들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서울 명동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하지만 일부 노점의 지나친 상술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 오후 찾아간 명동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특히 간단히 서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명동 노점은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관광 필수코스로 떠오르면서 어림잡아도 8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과거 화장품이나 유명 연예인 상품 등에 한정됐던 외국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먹을거리고 확장되고 그 가운데 노점 길거리 음식도 당당히 한 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은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라며 빼놓지 않고 명동 길거리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

다만 높은 가격은 외국인 관광객을 망설이게 하는 걸림돌이다. 문어 꼬치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한 호주 관광객은 1만원이란 가격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한국 물가가 높은 건 알고 있지만 길에서 서서 먹는 음식에 1만원을 쓸 순 없다”고 말했다.

명동 노점 음식은 수십 개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그 가운데 달걀빵이나 어묵, 호떡, 핫도그 등 익숙한 음식의 가격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치말이 삼겹살이나 로브스터 구이 등 다소 생소한 메뉴는 1만원이 훌쩍 넘는 탓에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려워 보였다. 명동 노점이 전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노점 음식을 바라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4000원 붕어빵’ 역시 일반적인 붕어빵이 아닌 크로와상을 납작하게 눌러 붕어 모양을 찍은 퓨전 붕어빵으로, 같은 메뉴를 파는 프랜차이즈 업체나 다른 지역 노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바가지라고 할 순 없지만 4000원이란 가격대가 다소 거부감을 일으켰다.

일본 관광객을 주로 상대한다는 한 피부과 직원은 “‘우리도 비싸서 그런 건 잘 안 먹는다’고 고객들에게 말해주곤 한다”며 “번화가란 점을 감안해도 몇몇 메뉴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점 상인들은 바가지 논란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자칫 광장시장, 노량진시장에 이어 명동 노점이 ‘바가지 거리’로 낙인 찍힐까 우려하는 것이다.

한 노점상은 “재작년 연말엔 사람이 너무 몰리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어 장사 대목임에도 손해를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영업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며 “그간 중구청의 위생이나 가격표시 같은 조건을 엄격히 지키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허무하게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명동 노점 상인들은 논란이 커지자 연초 급히 긴급회의를 열어 각 품목별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인상 수준을 확인하고 지나친 가격 인상은 자제하기로 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갔다.

관련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명동 노점을 허가·관리하는 중구는 노점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바가지 요금 등 관련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지자체가 직접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기 때문에 상생협력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단 의지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사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확한 실태파악을 하고 있다”며 가능한 행정조치가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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