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 전망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 기간이 최장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은 일시적으로 금리 차이가 없었던 2022년 8월을 제외하고 그해 7월부터 이달까지 1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한미금리역전 시기는 모두 세 차례 있었다. 1999년 7월부터 2001년 3월까지 21개월,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까지 26개월,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24개월간 등이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9월 종전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한은은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잡은 뒤, 지난해 1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50%로 인상했다.

미국 연준은 2022년 3월 0.00~0.25%였던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0.25 ~0.50%로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까지 모두 11차례 금리를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에서 한국 기준금리를 뺀 한미금리 역전 폭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사상 최대인 2.00%포인트로 유지되고 있다. 이같은 한미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연말까지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 뉴욕사무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10개 투자은행(IB)은 연준의 올해 연말 정책금리를 평균적으로 4% 초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를 기존 5.50%에서 4.50%로 1.00%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은행이 4곳(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모건스탠리, 노무라)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내다본 웰스파고와 TD은행도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3.50%로 전망했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한은도 올해 2~3분기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한미 금리 역전은 올해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속도가 투자은행 전망보다 더 느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은 “2022년 말에도 투자은행들이 대체로 연준보다 정책금리 수준을 낮게 전망했으나, 결국 연준 전망대로 조정했다”며 “향후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부 시장 기대와 달리 연준의 올해 3월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며 “6~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큰 폭의 내외금리차 역전 현상의 지속은 우리 경제주체들의 자본 조달 비용 상승과 해외투자 시 환 헤지 비용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연구원은 “금리 역전 상황에서 중대한 글로벌 외부 충격이 가세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위기 대응력과 회복력이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