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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균 공개는 욕하고, 협박범 공개는 열광…두 얼굴의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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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배우 이선균의 사망 이후 과도한 사생활 공개 등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른 가운데, 이선균을 협박한 여성의 신상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이선균 사망의 원인을 과도한 사생활 공개로 지목하며 비판했던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협박범 신상 공개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언제건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는 29일 이선균 협박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여성 A 씨의 얼굴과 이름, 생년, 출신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또 다른 이선균 협박 혐의자인) 유흥업소 실장 B 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공갈 협박을 일삼았다”며 “A 씨에게 사기, 협박, 꽃뱀 피해를 당하신 분과 아동 학대를 목격하신 분의 제보를 기다린다”라고 썼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신상 공개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공권력은 가해자 인권 보호말고, 카라큘라님 같이 발벗고 용기 내주시는 분과 그 가정의 안전을 보호하라", "이런 게 유튜브의 순기능이지, 범죄자한테 인권이 어디 있나, 응원한다", "신상, 얼굴 공개 정말 감사하다", "나라도 못하는 일을 한다. 진정한 애국자" 등의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얼굴, 이름, 생년, 출신지가 공개되자 누리꾼 수사대들은 A 씨의 뒤를 털고 있다. A 씨가 과거 했던 범죄가 아닌 일까지 속속 까발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채널은 구독자 125만명으로 웬만한 언론사 못지 않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선균 협박범에 대한 신상공개 이전에도 세간의 화제가 된 여러 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해 주목받아왔다. 그의 영향력으로 여론이 환기돼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낸 적도 있다. 가령 최근 이 채널에서는 전세사기범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출연해 사기범 검거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같은 신상공개는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문제점이 많은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상공개는 그 자체로 사적 보복이며,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선균 협박 피의자 A 씨의 경우 기소가 된 것도 아니며, 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설령 법원 판결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무분별한 신상 공개에 여론이 열광한 일은 이선균이 사망하기 사흘 전인 지난 24일에도 있었다. 한 여성이 췌장암 투병 도중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다 사망한 일과 관련해, 한 유튜버가 상간녀의 신상을 공개한 것이었다. 해당 유튜버는 한 여성을 상간녀라고 지목하며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그는 "처벌을 감수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외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사생활임에도 여론은 신상공개에 찬사를 보내며 부추겼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246만회에 달한다.

이선균이 생전에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공개당해 피해받았다는 점을 성찰한다면, 이선균 협박범이나 상간녀에 대해서도 무분별한 신상 공개는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어떤 순간에는 정의로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이선균과 같은 예기치 못한 피해자를 필경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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