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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태리 꽃게 주인공은 ‘91년생 회계사’…"2차 물량은 더 싸질 것"
퇴사하고 이탈리아 찾아 어부들과 스마트폰 번역기 소통
한국과 거래 없었던 현지인들…A부터 Z까지 설명하기도
인건비 비싸지만, 최초 검역비 빠진 2차 1만원대 초반으로
이탈리아 현지 공장을 찾은 강선우(32·왼쪽)씨. [본인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이탈리아 현지에서 푸른 꽃게가 넘친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니 모든 지역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꽃게 개체수가 늘어난 지역을 찾는 과정이 어려웠다.”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강선우(32) 씨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입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탈리아를 원산지로 한 푸른 꽃게의 수입신고 1건이 접수돼 최초정밀검사가 진행됐다. 강 씨가 들여온 꽃게는 3t(톤)에 달한다. 수입식품안전특별법은 영업장 판매 목적의 수입품은 식약처에 신고하고, 안전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푸른 꽃게의 주인공 강 씨는 수산업계에서 일하던 사람이 아니다. 6년차 회계사다. 25살 때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뒤 이른바 ‘빅4’ 중 하나인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그는 “과거에 사업을 한 경험이 재산이 됐다”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푸른 꽃게를 수입하기 위해 그는 퇴사를 택했다. 그리고 식품안전규정과 꽃게 맛을 공부했다. 국내에 푸른 꽃게를 들여오면서 그는 어느새 ‘꽃게 전문가’가 됐다.

이탈리아에서 푸른 꽃게가 넘쳐난다는 소식을 접한 강 씨는 지난 9월 초 이탈리아를 직접 찾았다. 현지에 머무는 보름 동안 만난 사람만 10여 명. 이탈리아 베네토 주정부 관계자부터 다수의 어부, 그리고 수산물 냉동 업체 관계자들이었다.

강 씨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푸른 꽃게를 잡는 이탈리아 어부들이었다. 이들을 통한 정보가 가장 정확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어부들도 그냥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배에서 푸른 꽃게를 직접 잡기도 했다”고 했다. 이탈리아 말을 통역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강 씨는 혼자 스마트폰 번역기로 이들과 대화했다.

강선우(32·오른쪽 두번째)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푸른 꽃게 손질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본인 제공]

시작은 9월이었지만, 실제 이탈리아산 푸른 꽃게가 국내에 들어오는 결실을 맺기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푸른 꽃게를 즐겨 먹지 않아 보관을 위한 시설이 필요했다”면서 “이와 함께 국내 검역 기준에 맞춰 세척부터 손질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을 결정한 이후에도 현지 사람들에게 (모든 과정과 거쳐야 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며 “이것이 실제 수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 강 씨는 푸른 꽃게 수입을 위한 설비에 투자하기도 했다.

현지 업체가 한국과 거래 경험이 없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강 씨는 “이탈리아가 속한 유럽연합(EU)과 한국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있지만, 수입 과정에서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주정부에 등록해야 한다”며 “현지 업체들이 한국과 거래 경험이 전무했고,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밟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강 씨가 한국에 들여온 물량은 중간 크기의 꽃게로 1kg(3~4마리)당 1만7000원 수준에 판매된다. 그는 “같은 조건의 국내산 꽃게보다 30% 저렴하다”고 말했다. 개체수 증가에 따라 푸른 꽃게가 ‘폐기 된다’고 보도된 영향이다.

하지만 2차 물량부터는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최초 검역 비용이 제외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이탈리아 현지인들은 인건비가 비싸다”며 “푸른 꽃게의 원가는 3~4유로(4300원~5800원대) 수준으로 여기에 인건비, 세척비, 식품 검역 원가가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 물량부터는 검역비가 제외돼 1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우 씨. [본인 제공]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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