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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물가·高금리’ 더블 악재에 ‘中리스크’까지…철강업계, 고부가·친환경으로 돌파구 연다 [산업의 쌀을 지키자]
중국·국내 건설경기 부진…철강 소비 급감
인도·동남아 수출도 늘어 공급과잉 예상돼
포스코 하이퍼엔오·현대제철 저탄소 생산
포항제철소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올해 철강업계를 강타했던 글로벌 불황의 여파는 2024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고금리 기조가 철강 수요를 제약하는 가운데 자국에서 소비되지 못한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가 수출 시장에 유입되는 현상도 여전할 전망이다.

2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수요가 최근 3년간 이어진 연평균 0.3%의 낮은 성장률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대 진입 이후 2019년까지 중국의 고성장에 기대어 연평균 4.3%의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던 철강업계는 코로나19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이후부터는 성장이 멈춘 모습이다.

국내 철강 수요도 내년도 철강 수요를 5340만t으로 올해(5300만t)대비 0.1%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2024년 산업 전망을 통해 국내 철강업계가 실적 저하에 시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도 2024년 철강산업을 ‘흐림’으로 예측했다.

내년도 가장 큰 악재는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다. 중국은 철강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를 체감한 2016년부터 자국의 철강 생산을 위한 준비를 진행해 2018년까지 1.5억t의 생산이 가능한 철강시설을 폐쇄했다. 2021년에는 자국 ‘조강생산량’까지 통제하면서 ‘저성장 기조’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2022년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경기까지 위축되며, 공산당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철강수요 급감이 발생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잉여 생산분을 저렴한 가격에 수출시장에 내놓았고, 우리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철강산업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 설비증설은 약 1억t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인도·동남아시아 등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국가가 대부분이다. 현지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이 시장에 공급될 경우 근거리 지역을 주요 수출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고무적인 점은 중국 경제공작회의가 최근 부동산경기 개선을 위한 ‘추가 부양책 도입’의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국의 철강 가격이 최근 소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철강전문매체인 마이스틸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t당 497달러와 488달러였던 중국산 열연·철근 현물가격은 지난 14일에는 511달러와 490달러까지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한때 600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던 가격에는 크게 못미친다.

국내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내 철강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계 부진의 여파가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건설수주 누적치는 11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감소했다.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187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5%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시황 악재는 철강기업들의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 리포트를 종합하면 올해 포스코홀딩스가 올릴 영업이익은 4조3803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로 대폭 감소했던 영업이익 4조8500억원을 훨씬 더 밑도는 성적이다. 현대제철도 영업이익 1조2834억원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6164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의 연간 영업이익도 525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 조강생산 증가율은 2010년 현대제철의 고로 준공 이후 크게 상승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세계 철강소비 5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감해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철강업계의 불황 극복 키워드는 고부가·친환경이다. 날로 높아지는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생산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면서, 시장에서 비싸게 판매될 수 있는 제품을 새롭게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불황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짧게는 2~3년 후 길게는 30년 이상을 내다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총 1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광양제철소 전기차 소재 전기강판 공장을 최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고부가 제품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업황이 좋은 자동차·조선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고부가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내년 9월을 목표로 전기로용 강과 고로용 선혼합 방식의 저탄소 제품 생산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또 기존 초고장력강의 강도를 유지하면서 성형성을 개선한 3세대 강판 생산설비를 구축해 2025년 2분기까지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 유럽‧동아시아 해상풍력 프로젝트 및 글로벌 건설기계용 수요 확보 등 비조선향 후판 프로젝트 수주 활동에도 박차를 가한다.

동국제강은 극저온 철근·대형H형강·후판특수강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동국씨엠을 중심으로 가전향 컬러강판 판매를 늘리면서, 라미나 필름 생산라인 구축·멕시코 제2코일센터 증설에 나섰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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