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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만2000명 폐지 줍는 노인, 한달 일해도 평균 16만원 벌어
복지부 첫 실태조사…39%가 우울증상
전수조사로 ‘노인 일자리’ 지원 확대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생계 유지 등을 이유로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이 4만2000명에 이르고, 한달 평균 16만원을 벌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지원대책을 공개했다. 정부가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와 지원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에 있는 고물상 4282곳 중 지역 대표성을 가진 105곳을 표본 추출한 뒤, 이곳에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의 수를 확인해 전국 단위 규모를 추계했다.

조사는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일대일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을 전수조사한 후 이들에게 노인 일자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루 5.4시간·주 6일 폐지 주워도 월 15만9000원

실태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남성이 57.7%를 차지해 여성보다 많았다.

1인 가구가 36.4%, 2인 가구가 56.7%를 차지하는 등 평균 가구원 수는 1.7명이었다.

이들은 평균 하루에 5.4시간, 일주일에 6일 폐지를 주웠고, 이걸로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폐지를 줍는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올해 폐지 1㎏당 가격은 한국환경공단 집계 기준 74원으로, 지난해 84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이들은 ‘생계비 마련’(53.8%), ‘용돈이 필요해서’(29.3%) 등 대부분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주웠다.

폐지를 줍게 된 동기는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려워서’(38.9%)가 가장 많았다.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시간 활용’(16.1%) 등이 뒤를 이었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폐지를 지속해서 줍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응답)은 ‘폐지 납품단가 하락’(81.6%)이었다.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와 ‘날씨’(23%) 등을 어려움으로 꼽혔다.

필요 사항(복수응답)으로는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8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식료품 지원’(36.9%), ‘생활용품’(26.9%), ‘일자리 지원’(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12.6%) 순이었다.

10명 중 4명 ‘우울 증상’…전체 노인의 약 3배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도 좋지 않았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은 32.7%였다.

전체 노인의 경우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56.9%, ‘건강하지 않다’는 비율이 14.7%여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우울 증상’을 보유한 비율이 39.4%로, 전체 노인(13.5%)의 2.9배에 달했다.

이들의 79%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었지만, 참여하는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7.7%로 과반이었다.

이유는 ‘폐지 수집이 익숙해서’(37.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현금 수입’(14.8%), ‘혼자 일하기 선호’(12.6%) 등도 꼽혔다.

내년 1월부터 지자체 통해 전수조사…‘노인 일자리’ 연계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지자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의 인적 사항을 확보하는 전수조사를 한다.

내년 1분기까지 인적 사항을 확보한 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소개해 연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에 제공되는 노인 일자리는 지역사회 공익 증진을 돕는 ‘공익활동형’, 공공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사업단’ 등 103만여개다. 올해보다 14만7000개 늘었고, 예산은 2조262억원이 배정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확보해뒀기 때문에 폐지 줍는 노인 4만2000명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발굴만 되면 지원하는 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누락 없이 찾아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개별 노인의 요구와 성향을 고려하되, 75세 이상 고령층은 연령·건강 등을 고려해 ‘공익활동형’ 참여를 유도하고 29만원의 수당을 받게 할 방침이다.

근로 능력이 높거나 더 많은 소득을 원하는 노인은 ‘사회서비스형’으로 안내해 76만원의 수당을 받도록 지원한다.

폐지를 계속 줍고 싶어 하는 노인은 폐지 수집과 유사한 ‘자원 재활용 시장형 사업단’(가칭)을 연결한다. 이미 일부 시군구에서 유사한 사업단을 운영해 2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단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단에 참가하면 폐지 수집과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월 37만6000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폐지 수집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보건·복지서비스를 연계하겠다”며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삶의 질이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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