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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LG맨’ 창업으로 일군 8조 신화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LG화학서 23년간 신약개발 주도
항암기술 ADC, 얀센과 이전계약
2015년 이후 총 13건 8.7조 성과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에 나선 직장인이 항암 기술 하나로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바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의 성공신화다.

LG화학에서 20년 넘게 신약 개발을 주도하다 퇴사 후 레코켐바이오를 창업한 김 대표는 오랜 연구 개발 끝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2006년 김 대표가 설립한 바이오 벤처다.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KAIST(카이스트)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983년부터 LG화학에서 23년간 신약개발을 주도한 ‘LG맨’이다. 사명 레고켐바이오는 합성신약 발굴 기반 기술인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에서 따왔다고 한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2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설립 당시 김 대표가 사명을 고민하다 논문에 나온 합성신약 기술(레고케미스트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들었다”며 “유명한 장난감 회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공교롭게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 두 회사가 무슨 관계냐는 문의를 자주 받았다”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6일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 바이오텍에 항체-약물 접합체(ADC) 후보물질 ‘LCB84’를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최대 2조2000억원으로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중 최대 규모다.

ADC는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타깃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항암제 기술 중 하나로, 레고켐바이오는 일찍이 해당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원래 레고켐바이오는 설립 당시 항생제 개발을 주력으로 했다. 하지만 합성의약품이 점점 저물고 바이오가 뜨면서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할 기술을 고민했다. 그리고 ADC에서 가능성을 보고 연구 분야를 ADC로 확 틀었다고 한다.

ADC 기술 개발에 매진하기 10여 년, 이때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ADC 기술을 이전하며 첫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이후 여러 차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다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암젠과 1조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전 세계 바이오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때까지 체결된 계약만 총 12건, 누적 계약금액은 6조5000억원이었다. 여기에 이번 얀센과 계약까지 합하면 총 계약 규모는 8조7000억원에 이른다.

레고켐바이오는 내년에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회사명에 ‘레고’라는 단어가 들어가다 보니 장난감회사 레고와 관련이 없는 데도 혼동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5년 레고는 레고켐바이오가 자사 ‘LEGO’ 상표와 비슷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상표권 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레고켐바이오가 패소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수행 중인 신약 연구개발의 특징을 나타낼 목적으로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 용어를 사용한 등록 상표를 출원했을 뿐”이라며 “하지만 헷갈려 하는 분도 많고 대법원 판결도 있었기에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코켐바이오의 이번 성과는 업계에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년간 신약 개발에만 몰입한 창업자의 노력과 뚝심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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