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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고가 내린 소주, 고민 커진 식당들
판매가 인상 한달만에 출고가 내리자
“주변 가게 움직임 본 뒤...” 관망中
경기한파에 모임 줄어 부담 커질듯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출고가격을 인하한 27일 서울 한 대형 마트 소주 판매대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서 한식당을 35년간 운영한 김숙(58) 씨는 1월부터 소줏값을 6000원에서 5000원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소주 제조업체의 출고가 인상으로 판매 가격을 1000원 올린 지 한 달 만이다. 김 씨는 “소주 가격을 올리고 난 뒤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출고가가 다시 낮아졌으니, 가격표에 덧붙인 ‘6000원’ 라벨도 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에 이어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출고가 인하를 발표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송년회 등 술자리가 줄어든 영향으로 타격이 크지만, 손님들의 부담이 커질수록 발길이 뜸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재동에서 치킨집을 33년째 운영하는 이명우(62) 씨도 11월 1000원 올렸던 소줏값을 최근 50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그는 “출고가가 내렸는데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왜 그대로냐고 묻는 손님이 많다”며 “우리 가게는 종업원이 없어 인건비 부담이 덜하지만, 종업원이 많은 치킨집은 소주 가격을 다시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역삼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54) 씨도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정 씨는 다른 가게보다 뒤늦게 지난주 소줏값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정 씨는 “단골이 많아 1000원을 올리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출고가가 내려갔으면 판매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게 점주 입장에서도 편하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하이트진로에 이어 27일 롯데칠성음료도 출고가 인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는 기존에서 10.6% 내려갔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은 4.5%, ‘새로’는 2.7%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된다. 주류 업체의 출고가 인하는 정부가 1월부터 시행하는 기준판매비율에 따른 것이다. 물가 관리에 집중하는 정부의 행보에 발맞춰 지난달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출고가 인상을 발표한 업계는 한 달 만에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다.

다만 자영업자들의 소줏값 인하 움직임은 지켜봐야 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 후 일선 식당에 가격 조정 의향을 물었지만, 대부분 현재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손님 반응보다 주변 상인들의 움직임을 보고 가격을 결정하려는 점주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의 소줏값 인하 결정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감소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영업자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53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줄었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손님 한명 한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인건비나 관리비가 올라도 메뉴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매출 감소 폭을 줄이고자 소줏값을 올리는 측면이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병국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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