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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균은 왜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됐을까[서병기 연예톡톡]
최소한의 자존심만이라도 지켜줬어야 했다
27일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마련된 고(故) 이선균의 빈소.[연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좋은 배우 한 사람을 잃었다.

27일 오전 날아든 이선균(48)의 사망 소식에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이날 연예계 행사들이 모두 스톱됐다. 추모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의 충격적 소식은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 없이 고인을 3차례나 소환하면서 심적 고통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언론도 실시간 중계를 함으로써 그의 고뇌를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강남 유흥업소 수사 과정에서 40대 남성배우의 마약 사용 혐의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표하자, 그 남성 배우가 이선균으로 기사화 되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마약 퇴치 재단’을 설립한 지드래곤의 수사와 보도도 마찬가지다.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에서 자신의 후배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중년 남자인 박동훈 부장의 고단함은 이겨낼 수 있었다. 그게 이 시대의 어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선균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해, 그를 잃어버리고 마는 '우리'가 원망스럽다.

이선균은 소변을 활용한 1차 간이 시약 검사에 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그는 마약투약과 관련된 증거는 강남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실장의 진술밖에 없다며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해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씨는 "마약인줄 몰랐고, 수면제인줄 알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은 유흥업소 여성에게 돈을 갈취당했다는 뉴스가 나온 뒤에는, 아내로부터도 위로를 받기 어려웠을 것 같다. 최소한의 숨을 쉴 수 있는 탈출구가 없는 사면초가 상태였다고 본다. 연예인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친구와 속을 털어놓은 곳도 없다.

만약, 이선균이 마약을 복용했다고 치자. 그런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만큼만 처벌 받으면 된다. 배우로서 활동하는 게 보기 싫다면, 다른 삶을 살아가게는 해줘야 한다. 그런데 거의 '매장'시키려는 분위기다. 너무 잔인하다.

고(故) 이선균[연합]

이선균은 그동안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오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 등이 무기한 개봉 연기, 제작 중단, 배우 교체 등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여기에 경찰의 계속된 소환에 많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한 이선균은 매체 연기 초기 시절 많은 단막극에 출연하면서 실전 경험을 넓힐 수 있었다.

그러다 2007년 MBC 의학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올바른 의사 ‘최도영’ 역으로 많은 대중의 머리속에 각인됐다. 이어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골든타임’(2012), 영화 ‘끝까지 간다’(2014)와 영화 ‘기생충’(2019), 영화 '잠'(2013) 등을 통해 흥행력과 작품성, 스타성을 함께 인정받았다.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선균에게 이제 할 말이 없다. 고인이 "너희들이 원하는 게 이런 거지" 하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그에게 좀 더 독해지면서 버텨보라고 말했어야 했나?

이선균의 죽음을 애도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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