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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침수로 ‘맨홀 구멍’ 빠져 사망…법원 “구청이 16억 배상”
강남역 침수로 맨홀 뚜껑 유실
길 건너던 중 맨홀 추락사
법원 “서초구청 설치·관리 책임”
지난해 8월 8일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다음날인 9일 서울 서초동 강남역 공목길 일대. 아파트 단지 지하에 있던 차량들이 지상에 주차돼 있고, 인도 보도 블록들이 빗물로 파헤쳐져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해 8월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강남역 인근에서 맨홀 구멍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가족에게 서초구청이 1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초구청이 맨홀 설치·관리를 소홀히 해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부장 허준서)는 지난 14일 사망 남매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 4명이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서초구청이 사망 남매 중 누나인 A씨의 배우자와 미성년 딸에게 각각 2억 7000만원과 1억 8400만원을, 남동생인 B씨의 배우자와 미성년 아들에게는 각각 7억 1300만원과 4억 7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8일 차량을 운전해 강남역 인근 2차선 도로를 지나가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차량을 정차하고 대피했다. 서초구에는 시간당 최대 123㎜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후 비가 약해지자 A씨와 B씨는 도로를 건너다 지상에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초구청은 순간적으로 많은 비가 빗물받이로 들어오면서, 높아진 내부 수압을 견디지 못한 맨홀 뚜껑이 날아가 유실됐다고 밝혔다.

유가족측은 서초구청이 맨홀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설치·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고, 맨홀 뚜껑이 빗물에 쓸려나가더라도 추락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이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초구청은 당시 폭우와 이로 인한 맨홀 뚜껑 유실은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 예측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또 사건 발생 이전 잠금장치 기능이 있는 맨홀 뚜껑으로 교체하는 등 설치·관리 상의 하자가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서초구청이 폭우로 인한 맨홀 뚜껑 유실 위험을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된 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미 2011년 7월 홍수 및 집중호우 때도 맨홀뚜껑 이탈이 발생한 적이 있고, 2014년 행정안전부 소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비로 인한 맨홀 뚜껑 이탈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 상의 하자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도로 관리청으로서 손해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사고 당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맨홀이 이탈한 상황에서 서초구청이 직접 관리 상태를 확인하거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들 또한 도로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로 판단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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