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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龍)의 기운 받는 곳, 1월 가볼만한 여행지[함영훈의 멋·맛·쉼]
한국관광공사 추천 믿고 가는 5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강원도 삼척에 가면 절세미녀 수로왕 부인에 얽힌 전설의 중심지가 두 곳 있다.

예비고사,학력고사,수능시험 기출문제이고, 대학 가서도 ‘원형상징’, 향가-가사 문학의 변천과정을 배울 때 또 접하던 바로 ‘헌화가’와 ‘구지가(해가=창해가사)’이다.

미스 월드 진선미급 미모를 가진 수로부인은 가야·신라의 거점인 경상도 지역을 출발해 7번국도를 타고 동해안 유람을 하고 있었다.

▶중구삭금= 절벽에 가까스로 붙은 꽃이 너무도 아름답게 피어 감탄하자, 갑자기 소를 끄는 노인이 나타나 ‘자줏빛 바위 가에 잡고 가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 하지 않으신다면 꺾어 바치오리다’라는 헌화가를 낭송하더니 위험을 무릅쓰고 꽃을 꺾어 바치는게 아닌가.

부인 옆 왕도 무서워하지 않는 노인의 자태, 알고보니 그는 해신(용)이었다. 미모에 반해 수로부인을 유혹하던 중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팩트체크는 어려우나 헌화가는 현존한다.

도발은 이어졌다. 지금 해가사터로 불리는 ‘삼척 북쪽 증산, 동해 남쪽 추암’ 바다에 이르러 거북으로 변신한 해신은 수로부인을 전격 납치한다. 엄중한 사태가 나자, 이 일대 어민들은 모여서 해신(둔갑술에 능한 龍)을 향해 노래(구지가=해가)를 부르며 집단시위를 한다.

“거북아 거북아, 내놓지 않으면, 너를 잡아 삶아먹겠다”는 내용이었다. 민중의 저항에 굴복한 해룡은 수로부인을 석방했고, 이 이야기는 ‘다중의 입은 금까지 녹인다’는 말, 중구삭금(衆-口-金樂-金)의 전형적인 예로 널리 회자된다.

삼척 헌화가, 구지가 전설의 고향이 한국관광공사 1월 추천 가볼만한 곳에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는 1월 여행지 테마로 ‘용(龍)기 뿜뿜! 새해 여행’을 정했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기에, 용의 기운을 듬뿍 받는 쇄신여행지인 것이다.

추천 여행지는 ▷청룡의 해를 기운차게 여는 여행,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강원 삼척) ▷청룡의 기운 받으러 떠난 새해 첫 등산 여행, 홍성 용봉산(충남 홍성) ▷용이 휘감은 신비로운 마을, 예천 회룡포(경북 예천) ▷소원 하나를 이뤄주는, 부산 해동용궁사(부산 기장) ▷용이 승천한 그곳에서 용의 기운을 얻다, 고흥 미르마루길(전남 고흥)이다.

삼척 수로부인 헌화공원

▶헌화가·구지가의 삼척 헌화공원, 해가사터= ‘삼국유사’에 실린 수로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수로부인헌화공원과 해가사의터가 삼척 해안 남단과 북단에 자리한다.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임원항 인근 남화산 정상에 있다. 지상과 산을 연결하는 높이 51m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오르기 편하다.

정상에는 용을 탄 수로부인 조형물(높이 10.6m, 무게 500t)과 막대기를 두드리며 ‘해가’를 부르는 백성의 모습을 담은 조각상이 설화 속 장면을 재현한다. 거대한 용과 수로부인, 웅장한 바다까지 한눈에 담으며 상서로운 기운을 느껴볼 수 있다.

바다 전망이 일품인 카페, 맑은 날에 맨눈으로 울릉도가 보이는 울릉도전망대, 해학적인 십이지신 나무 조각상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해가사의터는 삼척 최북단 해변인 증산해변 입구에 위치한다. 원래 한몸이었다가 두개의 시(市)가 되고 다시 최근 통합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는 동해시 최남단 추암촛대바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통합시 이름은 오랜역사를 가진 삼척이 유력하다.

설화를 토대로 복원한 임해정, ‘해가’와 ‘헌화가’ 내용을 담은 조형물 ‘드래곤볼’이 있다. ‘드래곤볼’을 돌리며 소원도 빌 수 있어 새해맞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삼척에는 특별한 해안 여행지가 여럿이다. 촛대바위와 거북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 2021년 일반에 개방한 덕봉산해안생태탐방로는 장쾌한 바다 기운을 맞으며 걷기 좋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진작가와 여행자가 알음알음 찾아드는 갈남항도 떠오르는 명소다.

예천 회룡포의 물길은 용이다.

▶용이 휘감은 신비로운 마을, 예천 회룡포= 경북 예천군 용궁면은 지명에 ‘용’이 들어간 고장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있는 회룡포(명승)는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350°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듯해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가 많이 오면 섬으로 변해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한다. 회룡포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는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 용왕각과 용바위도 있다. 회룡대에서 마을을 감싸듯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회룡포마을에 들어가려면 제1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공사장에서 쓰는 철판으로 다리를 만들어, 구멍이 숭숭 뚫렸다. 고즈넉한 마을은 산책하기 좋고, 회룡포와 내성천을 미로로 표현한 회룡포미르미로공원이 눈길을 끈다. 마을에서 드라마 ‘가을동화’와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 2일’ 등을 촬영했으며, 트로트 ‘회룡포’ 가사를 새긴 노래비도 있다. 회룡포 운영 시간은 상시(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용문사에는 청룡 두 마리가 태조 왕건에게 절로 향하는 길을 안내했다는 전설이 있다. 2023년 10월 문을 연 용궁역테마공원은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오토마타(Automata, 기계장치를 통해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가 인기다. 귀여운 그림과 입체 조형물로 이야기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예천 삼강주막(경북민속문화재)은 옛이야기를 품은 우리나라 마지막 주막이다.

해동용궁사

▶소원 하나를 이뤄주는, 부산 해동용궁사=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한국관광 대표명소를 세계에 홍보하는 영상속에서 멋진 춤을 선보였던 해동용궁사는 일출이 아름다운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 관음 성지로, 이곳에서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고 한다. 새해 첫날은 물론 사시사철 일출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지장보살이 자리한 제룡단 방생 터가 해돋이 명소다.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점으로 사찰 곳곳에 있는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꿈틀거리는 용의 전체 모습이 그려져 더욱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해수관음대불이 사찰의 백미다. 해동용궁사 옆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과학관 쪽으로 향하면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옹기종기 모인 파식대지가 있는데, 사찰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 포토 스폿이다. 해동용궁사는 오전 4시 30분부터 입장가능하며, 오후 7시에는 관람객 전원이 외부로 나와야 한다. 입장료는 없다.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오시리아관광단지 내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은 부산을 대표하는 쇼핑 코스다. 33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그리스 산토리니 풍으로 꾸며 이국적이다. 국립부산과학관은 본관과 어린이과학관, 천체투영관 등으로 구성해 과학과 친해지기 좋다. 송정해수욕장은 서핑에 적당한 파도와 긴 해변이 매력적이다. 해변 끝자락에 소나무 향 그윽한 죽도도 둘러볼 만하다.

고흥 미르마루길 해식 절벽 꼭대기에 있는 황룡상

▶용이 승천한 그곳, 고흥 미르마루길= 우주선이 승천한 한국 우주과학의 메카, 전남 고흥군엔 영남용바위가 있다. 고흥10경 가운데 6경으로 꼽히는 ‘남열 해양 경관과 해수욕장’에 있는 이곳에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온다.

먼 옛날, 두 마리 용이 서로 먼저 승천해 여의주를 얻으려고 싸움을 벌였다.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는데, 그 흔적이 지금까지 있다는 것이다. 고흥군은 영남용바위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사이에 해안 탐방로 ‘미르마루길’을 조성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옛말이다. 길이 4㎞ 미르마루길은 주변의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탁 트인 바다를 두루 감상하며 거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설과 관련된 용굴, 사자바위 등도 만나보자.

미르마루길 끝에 고흥우주발사전망대가 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하는 로켓의 궤적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를 알고 싶다면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을 추천한다. 팔영산은 고흥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들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산 중턱에 자리한 팔영산편백치유의숲은 자연에서 휴식을 즐기기 좋다.

용봉산

▶청룡의 기운 받으러 오르는 홍성 용봉산= 용의 기운을 받을 곳을 찾아 우리나라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만나는 곳은 충남 홍성 용봉산(381m)이다.

산 모양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용과 상서로운 봉황의 머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용봉사와 악귀봉, 노적봉, 정상 등을 두루 감상하고 내려오기까지 2시간~2시간 30분이 걸린다. 용봉산 기슭에 용봉사가 자리한다.

여러 문화재 가운데 용봉사 영산회괘불탱(보물)이 유명하다. 지장전 뒤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면 약 4m 높이로 조각한 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보물)이 보인다. 악귀봉(368m) 가는 길에는 삽살개바위, 두꺼비바위, 물개바위 등이 있다. 노적봉(351m)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바위틈을 뚫고 가로 방향으로 누운 듯 자라는 소나무, 행운바위와 솟대바위 등을 지나친다.

용봉산 정상을 알리는 표석 주변에 서면 저 멀리 병풍바위와 악귀봉, 노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홍주성역사공원에 홍성군의 역사를 둘러보기 좋은 장소가 모여 있다. 홍주읍성(사적)은 홍성군의 대표 유적지다. 원래 성벽은 길이 1722m인데 현재 남쪽 800m만 남았다. 홍주아문은 조선 시대에 관청 출입문으로, 지금도 홍성군청 입구로 사용한다. 홍성군청 뒤에 보이는 한옥은 옛날 홍성 지역을 다스린 관료가 근무한 안회당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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