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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손으로 얼음 번쩍...눈썰매장서 시민들 구조한 영웅
충북안전체험관 소속 권민호 소방장
비번 날 눈썰매장 찾았다가 구조 활동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 눈썰매장 보행통로가 무너져 내린 모습. 이날 사고로 눈썰매장 이용객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눈썰매장 시설물 붕괴 현장에서 비번이었던 소방관이 시민들을 구조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충북안전체험관 소속 권민호 소방장(41)은 비번 날인 사건 당일 가족과 함께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의 눈썰매장을 찾았다.

7살 아들과 눈썰매를 타던 권 소방관은 별안간 ‘쿵’하는 굉음과 함께 비닐하우스 형태의 보행 통로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사고 현장은 울음소리와 고성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얼음과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민 10여 명이 갇혔다. 특히 붕괴된 가운데에는 어린 남자아이와 성인 여성이 겹겹이 쌓인 철골과 얼음에 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권 소방장은 남학생을 먼저 빼내 주변 시민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맡긴 뒤 다시 구조에 뛰어들었다. 부근에선 잔해더미에 눌려 얼굴과 온몸이 새파랗게 변하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하마터면 골든타임을 놓칠 뻔한 순간이었다. 권 소방장은 얼음과 철골 구조물을 맨손으로 전부 들어내 여성을 겨우 바깥으로 구조했다.

의식을 되찾은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병원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큰 지장은 없는 상태다.

권 소방장은 이날 구조작업 과정에서 다리에 피멍이 드는 등 상처를 입기도 했다.

권 소방장은 “소방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현장에서 함께 도움 주셨던 시민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014년 소방관이 된 그는 과거에도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환자를 살려 ‘하트세이버(Heart Saver)’를 3회 받았다.

앞서 지난 24일 오후 4시29분께 이 눈썰매장 내 보행통로 지붕이 붕괴돼 이용객 11명이 다쳤다.

눈썰매장 개장 전 유아용 슬로프에 뿌린 인공 눈이 바람에 휘날려 보행터널 지붕 위에 쌓였고, 결빙된 눈 더미가 경사 지붕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하단부 10m가량이 붕괴됐다. 눈썰매장 출발점으로 향하는 보행 터널은 가느다란 철제 아치형 뼈대에 비닐을 덮어씌운 비닐하우스 형태였다.

이 사고로 A(10)군과 B(25·여성)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때 의식을 잃어 심폐소생술(CPR)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일반 병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부친(46)은 병원 치료 후 퇴원했으며, 자력 탈출자와 주변 이용객 8명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날 눈썰매장 운영 업체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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